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성희의 막전막후] 소극장으로 밤 마실 어때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성희의 막전막후] 소극장으로 밤 마실 어때요

입력
2006.05.19 23:59
0 0

2일 막을 올린 ‘2006 서울연극제’가 벌써 중반을 넘어섰다. 21일 폐막하는 이 연극제는 9편의 공식 참가작 중 ‘달의 소리’(사진), ‘아름다운 남자’, ‘숙희, 돌아오다’, ‘닭집에 갔었다’ 등 네 편의 창작극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연극제는 활동 연혁이 비교적 짧은 젊은 극단들로 세대교체를 한 점이 눈에 띈다. 막을 내린 참가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연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재공연 수작들, 현대 연극의 한 흐름이라 할 수 있는 고전 다시 쓰기, 유럽의 타문화권에 비해 낯선 스페인 희곡의 소개 등으로 요약된다.

서울연극제가 시작된 연원을 거슬러가 보면 1977년 정부의 문예중흥 계획에 따라 제정된 ‘대한민국연극제’에 가 닿는다. 그 후 대한민국연극제는 서울 일부 극단의 창작극 신작 발표로 제한된 경연 방식인 터에 ‘대한민국’을 앞에 붙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87년에 이르러 그 명칭을 ‘서울연극제’로 바뀐 것은 그래서다. 이어 92년에는 우리 작가가 창작한 초연 작품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번역극 및 공연 중인 작품들을 심사 대상에 넣는 새 선정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창작 재연, 번역 초연ㆍ재연까지 포함하는 오늘의 운영 방식으로 정착됐다.

서울연극제의 이러한 변화는 번역극이 주도했던 한국 연극이 어느 정도 균형점과 자생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희곡 심사에서 실연 심사로 참가작을 선정하게 된 것도 창작극을 우대한 역차별 정책을 이젠 거두어도 될 만큼 우리 창작극이 해외 희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하고 호소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 연극이 희곡 중심에서 공연 중심으로 바뀐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창작극의 역량을 다지고 축적하는데 큰 몫을 해온 서울연극제가 요즘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출범한 ‘서울공연예술제’(10월)의 규모와 주목성에 밀려 다소 위축된 감이 있다. 또 창작극과 번역극, 초연작과 재공연작 등을 한 데 뒤섞어 치르는 탓에 창작극 초연만을 대상으로 했던 연극제 본래의 선명한 취지와 성격이 사라지고, 다른 연극 행사들과도 차별화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연극제의 성격과 운영 방식은 변했어도 참가자들은 여전히 동시대 우리 사회의 문제적 상황을 해부하고, 우리가 바삐 달리느라 잃어버린 삶의 소중한 가치들과 마음의 분실물들을 추려내고 기워서 무대 위에 올리고 있다.

극장안에 가두기엔 억울한 짧은 봄날이다. 그러나 미풍 불어오는 저녁나절 연극제가 벌어지는 신촌 서강대 메리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 아룽구지 소극장 쪽으로 밤 마실 가는 것은 어떨까? 연극 동네는 지금 일상의 닫힌 뚜껑을 들어 올리는 들쑥 같은 말들, 우리 사회의 막힌 소통을 뚫는 신명나는 몸짓으로 이 봄을 열심히 꽃 피우고 있다.

극작ㆍ연극평론가 장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