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가 투신자살할 때 현장에 있었던 남편이 충격으로 인해 경찰 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죄가 될까.
A(33)씨는 B(32)씨와 1999년 결혼했다가 5년 만에 이혼했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각자 재혼하지 않고 자주 만나며 사실상 부부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A씨의 여자문제로 둘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깊은 관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B씨는 “집에 증거가 있다”며 자신의 승용차에 A씨를 태웠다.
B씨는 천호대교 중간지점에 갑자기 차를 세운 뒤 “네가 보는 앞에서 죽어줄게”라고 말하고 차에서 내리려 하자 A씨는 아들을 생각하라며 20~30분간 설득했다. B씨는 A씨가 차에서 내리면 자살하지 않겠다고 했고, A씨는 차에서 내려 다리 북단으로 100m 정도 걸어갔다. 그 순간 B씨는 “미안해”라고 외치며 한강에 몸을 던졌다.
그 장면을 본 A씨는 망연자실해 신고 등 아무런 조치도 못한 채 30여분간 울기만 했다. A씨는 B씨의 집에 가 ‘네 곁으로 가겠다’는 유서를 남긴 뒤 투신사고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A씨는 이동 중 통화한 모친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자살에 이르지 않았다.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서울고법 형사 9부(부장 김용호)는 19일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과거 3차례나 자살을 시도하려 한 B씨를 설득해 자살철회 의사를 확인하고 하차했으므로 자살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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