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팬의 관심이 집중된 영화 ‘다빈치 코드’가 18일 전국 215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전 세계에서 4,300만부가 팔린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다빈치 코드’는 극도의 보안 속에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다빈치 코드’는 세계적으로 화제를 뿌린 블록버스터 영화(제작비 1억3,000만 달러)치고는 실망감만 안겨줬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살해된 수석 큐레이터 소니에르가 의문의 기호를 남기는 것으로 시작하는 ‘다빈치 코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전형을 밟는다. 영문도 모른 채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랭던(톰 행크스)이 소니에르의 손녀 소피(오두리 토투)와 역사 속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알아가는 과정은 일단 흥미롭다.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며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 했고, 후손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보수적 기독교 단체인 오푸스데이가 예수의 신성(神性)을 유지하기 위해 마리아의 흔적과 후손을 제거하려 하고 이에 맞서 시온 수도회가 예수의 본 모습을 지키려 한다는 설정 등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는 문자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상의 즐거움을 전하지 못한다. 원작에서 뽑아내 맞춘 뼈대는 좋은 소재로만 그칠 뿐 강한 흡입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149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720쪽(국내 번역판 기준)의 원작 소설을 담아내기에는 버거웠던지 영화는 쫓기듯이 사건들을 꿰맞추는데 급급하다. 사건과 추리만 있을 뿐 등장인물이 새로운 사실에 대해 회의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임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도 없다. 랭던과 소피가 휴대폰 인터넷 검색에서 해답을 찾는 등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은 맥이 빠진다. 그래서 방대한 인문학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의 얼개에도 불구하고 지적 쾌감도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빈치 코드’는 무엇보다 종교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예수의 신성은 (마녀 사냥 등) 피바다 위에 세워졌다”고 기독교도를 자극할만한 대사와 장면이 스치듯 나오지만, 그 이상 종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저 예수를 달리 해석하는 두 단체의 극한 대립 속에서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깜짝 진실’이 있다는 것을 전하는데 그치고 만다. 론 하워드 감독,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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