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선거일인 5월 31일은 월드컵 개막(6월 9일)을 앞두고 월드컵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을 시점이다. 각 당은 월드컵 열기가 2002년 대선 판세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점을 돌이키며 저마다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월드컵이 고맙다”는 분위기다. 월드컵 열기가 전반적인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면 현재의 한나라당 대세론이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셈법이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18일 “열린우리당 지지 층인 젊은 층은 월드컵 붐에 휩쓸리겠지만,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중ㆍ장년 층의 표 결집력은 끄떡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02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측은 “2002년엔 ‘붉은 악마’의 광장 응원에 참여했던 젊은 층에게 ‘부패한 정치권도 내 손으로 싹 다 바꿔보자’는 노무현 후보의 메시지가 먹혔던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척결할 대상도 아니고, 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이미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월드컵=변화’로 이어 가려는 여당의 시도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측도 “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 데다 월드컵을 관통하는 애국 코드와 더 어울리는 건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월드컵이 현재 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측은 그래서 월드컵을 활용한 여당의 선거 캠페인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실은 우리당도 “이번엔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다.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측은 “2002년엔 월드컵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열기를 노무현 후보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고, 4강 진출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당 후보들은 그러면서도 월드컵 열기를 투표장으로 끌어 오기 위해 고심 중이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한국대표팀의 대 세네갈 평가전 관람을 검토하고 있고, 진대제 후보는 명함 뒷면에 한국팀 경기 일정표를 새겨 넣었다.
민노당 등 소수 야당들은 “월드컵 때문에 절대 불리하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의 시선이 월드컵에 쏠려 가뜩이나 적은 소수당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더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온 나라에 잔치가 벌어져 떠들썩한 와중에 ‘서민 복지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민노당 후보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