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좁다. 아프리카, 유럽, 남미로 가자.’
해외건설 시장이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신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 집중됐던 해외공사 수주도 동유럽과 중남미 등지로 넓어지고 있고, 공사 종류도 단순 토목ㆍ플랜트 시공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개발사업과 주택분양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미지의 시장으로
최근 건설사들은 아프리카, 동유럽, 중남미 등 그 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신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최근 각종 도시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중동에 이어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수주액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1.8%였지만 올들어서는 3월까지 19.1%로 높아졌다.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과 플랜트 공사 발주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유럽과 중남미 등 제3시장에 대한 업체들의 활발한 진출도 눈길을 끈다. SK건설은 2003년 12월 국내업체로는 루마니아에 처음 진출해 피테슈티시의 아르페킴 정유공장내 수첨탈황설비시설을 준공했다. 특히 루마니아의 경우 내년 유럽연합(EU) 가입이 예정돼 있어 대규모 EU 지원 자금이 투입될 경우 공사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의 산유국도 관심 대상이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이 유망지로 꼽힌다. 건설교통부는 중남미 지역에서 미주개발은행(IDB) 발주 공사와 차관 사업, 각국의 자체 발주 공사, 민간공사 등을 합쳐 연간 500억달러 정도의 공사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일박스’ 중동은 사업다각화 활발
현대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의 플랜트와 담수 설비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고유가로 두둑해진 ‘오일머니’를 플랜트 등 각종 설비 신축과 증축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60% 정도인 64억달러가 중동 지역에서 나올 만큼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건설업계의 ‘노다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건설업계는 앞으로 중동에서만 2~3년간 1,300억달러 정도의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는 최근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반도건설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비즈니스베이에 주상복합아파트 1,000여가구를 짓고, 올 9월 현지 주민과 유럽, 국내 투자자 등을 상대로 분양할 계획이다. 성원건설도 두바이 자다프와 비즈니스베이 경제특구에 주상복합과 오피스, 상가 등을 짓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개척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유럽의 경우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높은 기술력을 가진 선진 업체들이 선점, 국내 업체들의 현지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베트남이나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는 사업수행상의 과정에서 과실송금 등 법적 안정성을 100%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이들 국가에 진출할 경우 사업타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수주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대형 건설社 시장 다변화 앞장
선진 건설업체에 뒤지지 않은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대형 건설업체들은 수익성 위주의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수주 대상 국가와 사업분야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삼성건설은 분야별로 핵심역량을 보유한 선진 건설업체와 협력을 강화, 중동, 대만 등에서 일감을 따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수주 대상 국가의 유력 업체는 물론 일본 유럽 등의 업체와 합작 진출하고, 기존 보유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리비아, 가나, 나이지리아, 카타르 등에 영업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수익성이 좋은 해외 도급 공사만을 선별 수주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중동, 중남미, 중국,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은 수행 경험이 있는 공사 종류와 국가에 적극 진출하고, 수익성이 좋은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은 중국 베트남 등 기존 진출 지역을 거점으로 철강 플랜트 발주 물량을 따내는데 전력투구하기로 했다.
GS건설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플랜트 분야는 가스 분야 등 개발형 사업에 주력키로 했다. 한편 금호산업은 호치민시에서 추진중인 아시아나플라자 건설, 하노이 호알라 프로젝트, 필리핀 미모사리조트 건설 등 주택 및 레저시장 개척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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