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TV를 켜고 출근 준비를 해온 기자의 오전 일상이 최근엔 라디오를 켜고 이리 저리 주파수를 돌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부 관료들이 연일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거품(버블)이 빠질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부동산 담당 기자로서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챙겨 듣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이 최근 집값 버블 경고를 부쩍 강화하면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달 초만해도 ‘버블을 걱정할 때다’, ‘(집값이) 꼭짓점에 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등의 간접 경고 발언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버블 세븐’(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 등 7개 지역)을 지목한 데 이어 관료들이 구체적인 낙폭까지 언급하며 거품 붕괴를 기정 사실화하는 수준으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료들의 발언은 집값 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경고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발언에 대해 ‘거품 경계론에 낀 또 다른 거품’, ‘시장의 수급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협박성 경고’ 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실패를 호도하려는 정치적 발언’ 이란 의구심 섞인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버블 붕괴의 근거로 든 지방과 일부 수도권의 하락세를 ‘버블 세븐’ 지역의 거품 붕괴와 연관짓기 어려운데다, ‘버블 세븐’ 지역 일부에서 호가가 미미하게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아직 가격이 꿈쩍거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치적 색채가 있는 거품 경고에 신경쓰기 보다 정책실패로 부풀려진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하기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시장이 관료들의 머리 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태훤 산업부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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