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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격전지를 가다] <2>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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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격전지를 가다] <2> 광주

입력
2006.05.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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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이 시작된 18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평론가를 뺨친다는 광주의 민심은 난무한 현수막이 생소할 정도로 심드렁했다. 선거얘기를 꺼내면 모두들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하소연부터 쏟아냈다. 시내 양동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이영순(45ㆍ여)씨만 해도 “이 큰 재래시장이 파리 날리는 데 선거얘기는 꺼내지도 마쇼”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정치1번지는 어쩔 수 없는 법. 이들의 화제도 결국은 광주시장 선거로 모아졌다. 현 시장인 민주당 박광태 후보와 우리당 조영택 후보를 놓고 저마다 품평이 한창이었다. 저마다 형편과 입장에 따라 찬반은 갈렸지만 반대하는 논리와 지지하는 논거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양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최만례(54ㆍ여)씨는 “국회의원 7명을 모조리 열린우리당 줬는데 그 결과를 봐라”며 혀부터 찼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최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화물 운수업을 한다는 40대 후반의 남자는 대뜸 욕설부터 했다. “죽일 놈들~ 대선과 총선에서 그렇게 징하게 밀어줬더니 이제 와서 부산정권이라고 잉~ 여기 광주여 광주~ 5ㆍ18기념일 앞두고 부산당이 왜 왔당가~ 배신당은 이 동네 오지 마소~”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언만큼 원색적인 반발이었다.

광주공원에서 만난 한 모씨(53)도 “정부와 여당이 전남 무안에 기업도시 한다고 발표만 덜렁하는 바람에 땅값만 천정부지로 솟았다”며 “해남과 영암도 레저도시를 만든다고 법석만 피웠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한씨는 “민주당도 똑같다”며 “공천한다고 수억원씩 돈을 받아먹고도 잘못했다고 빌기는커녕 특별당비 운운하며 거짓말이나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현장민심만 본다면 우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당선은 고사하고 10%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4명. 우리당의 조영택, 한나라당 한 영, 민주당 박광태,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다. 현재까진 반여정서에다 현역시장의 이점까지 보태 박광태 후보가 앞선 듯 하다. 하지만 정당지지율은 우리당이 앞서는 등 유동적이다. 조영택 후보는 우여곡절끝에 전략공천을 받아 뒤늦게 출발했지만 지지율 상승이 가파르다. 우리당 지도부도 이곳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광주가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방송기획사를 운영하는 임 모(40)씨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조 후보가 인물면에서 낫다”며 “민주당 지지자에 눌려 우리당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긴 하지만 저변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40대 남자도 “민주당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며 “공천비리로 얼룩진 민주당보다는 그래도 우리당이 낫다”고 밝혔다.

조영택 후보측은 불씨를 살리려 안간힘이다. 캠프 관계자는 “당지지율이 앞선 만큼 역전은 시간문제”라며 “광주표심을 붙잡으면 수도권 호남민심에도 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었다.

반면 박광태 후보가 시장을 잘했다는 반론도 거셌다.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특히 반여 정서와 맞물려 크게 보인다. 박광태 후보측은 “조영택 후보가 상승세이지만 격차를 좁히긴 무리”라며“우리당 이원영 의원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실언과 문재인 전 수석의 부산정권발언 등도 우리당에 치명타”라고 주장했다.

찬반이 엇갈린 데서 보듯 광주 표심엔 분노와 고민이 묻어났다. 17일 저녁 5ㆍ18민주화운동 기념 전야제가 한창이던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정태(38ㆍ자영업)씨는 “어떤 경우든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기는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 투표해야 도움이 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광주=박석원 기자 spark@hk.co.kr

■ 與·민주 광주 표심놓고 동상이몽

“전략적 선택에 따라 우리가 이길 수 밖에 없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광주 표심을 두고 하나같이 동상이몽에 빠져있었다. 정치의식이 높은 광주 시민인 만큼 지방선거가 2007년 대선은 물론 향후 통합론에 미칠 파장까지 계산해 전략적 투표를 할 테고 그 러브콜 대상은 바로 자기라는 강변이었다.

양당은 특히 지방선거이후 예상되는 통합론을 빗대 논리를 폈다. 이 지역 출신 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17일 “범민주세력이 다시 뭉치려면 유일한 구심점인 집권여당을 키워야 한다”며 “민주당을 밀면 통합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을 ‘호남 자민련’으로 비꼬며 “광주 시민들은 민주당을 찍을 경우 한나라당 압승으로 이어져 정권까지 넘겨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정반대로 자신들이 이겨야 통합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광주시장선대위 조영석 대변인은 “우리당이 호남에서 철저하게 패배해야 제대로 반성하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새 판 짜기도 가능하다”며 “광주에서 우리당이 이기면 자만한 일부세력만으로 대선을 치러 정권까지 빼앗긴다”고 반박했다.

두 당이 전혀 다른 논리로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면서 시민들의 표정은 한결 굳어졌다. 광주 경실련 김기홍 정책부장은 “두 번이나 정권을 빼앗긴 영남과 달리 광주는 두 차례 정권을 배출했지만 정작 민생은 엉망이라는 상실감이 크다”며 “무능한 여당과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민주당을 놓고 전략적 선택을 하라니 허탈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양당의 착각과 달리 전략적 선택을 하려 해도 찍을 정당이 없다는 자조였다.

광주=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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