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후보와 경쟁 하려면 최소한 출발은 같은 조건이 돼야 합니다.”
박정혁(36)씨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곁에는 늘 활동보조원이 붙어 다닌다.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대신 전달해주고 이동할 때 휠체어를 밀어주는 도우미다.
그가 5ㆍ31 지방선거에 서울시의원 후보로 나섰다. 그런데 자칫 선거법을 위반할 지도 모르게 됐다. 수족이나 다름 없는 활동보조원 때문이다.
박씨가 유권자들을 만나 명함을 돌리고 지지를 호소하려면 당연히 활동보조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이들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다. 활동보조원도 1명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박씨의 선거운동원은 다른 후보에 비해 1명 줄어든다.
더구나 함께 유세에 나설 수 있는 박씨의 부인(37ㆍ여)도 중증 장애인이라 활동보조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결국 법을 지키려면 2명 적은 운동원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배우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직계 존비속도 없어 박씨는 불리한 여건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시ㆍ도의원 선거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를 제외하고 10명까지 운동원을 둘 수 있다.
유권자와의 의사소통도 문제다. 언어장애가 있는 박씨는 유권자들에게 말 대신 자신의 주장이 들어있는 유인물을 나눠 주거나 옥외 전광판을 통해 알리고 싶지만 모두 불법이다. 장애인 후보에 대한 아무런 배려 없이 족쇄만 채워져 있는 셈이다.
박씨는 18일 장애인 후보의 고충이 담긴 질의서 1통을 서울 동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는 “선거법에 의해 장애인 후보들이 오히려 선거운동에서 차별 받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앞으로 시정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며 “그러나 박씨가 활동보조원을 선거운동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험난한 선거운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