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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조총련 대표 "악수하는데 50년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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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조총련 대표 "악수하는데 50년 걸렸습니다"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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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오셨습니다” “여기 오는데 50년이 걸렸습니다”.

17일 오전 10시 25분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千代田)구 후지미(富士見)의 조총련 중앙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난 하병옥 민단 단장과 서만술 조총련 의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화사한 한복의 조총련 여성들이 준 꽃다발을 들고 박수 속에 회담장으로 향하는 두 단체 대표단의 모습은 마치 남북 정상회담을 연상케 했다.

4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도 “이것을 계기로 서로가 고통의 악순환을 끊자”(민단), “이날을 후세에게 남길 수 있는 역사적인 날로 만들자”(조총련)는 등 시종 덕담을 나누며 동포간의 화합을 다짐했다.

회담 후 양측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양 단체가 ▦8ㆍ15 기념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6ㆍ15 민족통일대축전에 일본지역위원회 대표단 성원으로 함께 참가한다는 것 등 6개항을 담았다.

양 단체 대표의 만남은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도 커다란 충격과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동포들은 “재일동포 사회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민단과 조총련의 화해가 한반도로 확산되면 좋겠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 민단 동포들은 “그 동안 민단의 대화 제의에 냉담했던 조총련이 갑자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경계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양측 대표 회담을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보도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회담장에서는 100명 이상의 일본 기자들이 몰렸다. 일본 정부도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한국측이 조총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통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북 분단 때문에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어 서로를 외면해 왔던 재일동포들에게 이번 회담이 만남 자체만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 의지하는 조총련과 한국ㆍ일본 사회와 융화하고 있는 민단이 현실인식의 장벽을 완전히 극복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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