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이번 남북 철도 시험운행의 의미를 과대 해석하거나 성급한 기대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1회성의 전시성 행사나 북측의 대가 획득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남북 간의 진정한 협력을 위한 첫 단추로 작용한다면, 남북 철도 연결은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군사분계선을 건너 철도가 연결되면 이는 분단의 극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과 수도권과의 물류비용을 대폭 절감시키는 실질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남북철도의 연결은 북측에 운임수입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북한의 개방정책에 따라 철도역 주변에 산업단지를 개발하여 경제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측으로서도 접경지역에 머물러 있는 남북 경협을 북한의 주요 지역으로 확대하고 호혜적인 경제협력 사업의 기회를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도 남북 철도 운행은 중국 및 러시아로의 연결을 통해 보다 경쟁적인 수송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의 물류중심지 구축에 절대적인 배후지 확보를 도모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남북 철도와 대륙 철도의 연결은 남북이 함께 중국 및 러시아와 협력을 논의할 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동북아에서 통합적 운송망의 구축과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국들의 다자간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남북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 사업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고, 최근 동북3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도 북한과의 철도 연결과 북한 항만의 이용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향후 남북 간 철도 운행 및 철도 개량에 관한 후속 협상은 동북아의 국제적인 철도망 구축을 위한 다자간 협력까지도 포함하는 거시적인 구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 철도 연결의 본격적인 경제적 효과는 남북 철도의 정식운행과 대륙철도와의 연결이 이루어져야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 간 열차 운행에 관한 합의를 이루어내야 하고, 운행체계 구축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처리해야만 한다. 남북 합의에 따라 열차가 정식 운행된다고 하더라도 낙후된 북한의 철도시설을 대폭 개량해야만 철도 수송의 경제성을 달성할 수 있다. 당연히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개량사업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
이번 합의가 과거 남북관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측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만한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측의 정부가 상당수 국민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물자 지원과 공단 건설 등 시혜성 대북정책을 견지해온 것은 북측이 국제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한반도의 번영을 위해 허심탄회한 자세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측이 이러한 남측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 구축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한다면, 남북 철도 연결은 21세기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원배ㆍ국토연구원 동북아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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