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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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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영어공부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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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프랑스에 사는 사람이 있다. 내 친구의 친구다. 지금은 능통할 프랑스어를 그가 공부하게 된 계기는 조카들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살아서 프랑스 말밖에 못하는 조카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내 조카들도 영어밖에 못한다. 나는 한국어밖에 못한다. 조카들과 만났을 때 우리는 거의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게 못내 걸려서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작심했는데, 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작도 못했다.

그래서 언니와 전화통화를 할 때 조카를 바꿔주면 곤혹스럽다. 기껏 ‘아이 러브 유, 아이 미스 유’나 되풀이하는데, 그건 진심이다. 조카들에 대한 내 사랑이 친구의 친구보다 결코 못하지 않겠건만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 신세라니. 사놓은 영어책을 이제라도 봐야겠다. 나는 왜 영어를 이리 못할까?

중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한다는 여섯 살 소년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그때 한 친구의 말이, 전생에 태어났던 나라의 말은 쉽게 배운다는 것이다. “그럼 난 한국에서만 계속 태어났나 봐. 외국어에 영 젬병이니.” 내가 원통히 뇌까리자 그 친구가 얄밉게 말했다. “넌 사람으로 처음 태어난 거 아닐까?”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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