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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진의 IT월드] 백발의 SW개발자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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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진의 IT월드] 백발의 SW개발자를 기다리며

입력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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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이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로 유명한 번스타인 기자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전 세계를 누비며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독자들은 지금도 뉴욕타임스와 타임, 뉴스위크 등 여러 매체에서 그의 글을 본다. 번스타인처럼 외국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서도 일선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이들을 취재 기자로 활동하게 하는 신문사나 대(大)기자로 존경하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국내 소프트웨어(SW)개발자를 보자. 백발은 아니더라도 40대를 넘긴 SW개발자를 찾기란 정말 힘들다. SW개발자가 근무 하다가 4~5년 경력이 쌓이면 대부분 관리 부서로 옮기기 때문이다. 정년은 35세라는 말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주요 기술직의 나이가 40~50대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큰 차이다.

저임금, 열악한 환경, 불확실한 비전이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SW개발자에 대한 가치인식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의 가치를 모르니 전문가가 생겨나기 어렵고,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또 ‘승진은 곧 관리자’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깨야 한다. 관리자가 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다는 풍토에서 SW전문가가 나올 리 만무하다. SW개발자들이 기술직에 전념하면서도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기업과 사회가 제공해야 한다.

SW개발자를 만나보면 많은 이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즐거워서 SW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평생 개발자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들의 꿈이 실현되는 그 날이 바로 진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이 되는 날이 아닐까.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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