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자는 취지로 2년 전 탄생한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위태롭다. 지난해 말부터 유명무실론에 시달리더니 최근에는 아예 존재의 위기까지 느끼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예금을 받아 빌려주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대출하는 모기지론. 금리변동과 상관없이 오랜기간(10~30년)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출한도도 집값의 40~60%만 가능한 은행권에 비해 70%로 높다.
하지만 금리(연 6.6~6.8%)가 시중은행(4월 평균 연 5.6%)보다 높은 게 치명적인 단점. 은행들은 요새 경쟁이 붙어 협상만 잘하면 4% 후반대에도 빌려주니 많게는 2% 가까운 차이가 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금리차이가 큰데다 앞으로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널리 퍼져 ‘장기간 저부담’이라는 매력은 뒤로 밀려나 버렸다.
2004년 3월 판매시작 이래 매월 꾸준히 3,000억~5,000억원을 찍던 실적은 지난해 생애첫대출 시행으로 주춤하더니 올해는 1,000억원을 넘기기도 벅찬 실정이다. 1월(668억원)과 4월(869억원) 실적은 재원인 MBS 발행 조건인 월 3,000억원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4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3조1,716억원이 늘었다.
공사는 올들어 대출금리를 내리고 일시상환 한도를 늘리는 등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평소 판매는 은행 창구에 맡기고 관리만 담당하던 공사 직원들이 급기야 지난 주에는 비오는 거리에서 판촉 캠페인까지 벌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면 은행과 금리 차이를 줄여야 하는데 조달금리만도 5%가 넘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며 “공공성을 위해 경쟁에 뛰어들자니 수익성을 맞출 수 없는 딜레마 속에 요새는 ‘상품 판매를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심심찮게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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