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는 되고 시계는 안됩니까.”
취임 100일을 맞아 16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가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물용 ‘유시민 시계’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부터는 플라스틱 볼펜으로 선물을 대신하겠다” 며 시계 문제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섭섭함도 덧붙였다.
취임 당시 스스로 ‘근신’을 선언하며 앞으로 기자들이 할 일을 덜어주겠다고 말했던 유 장관이 잠시 과거 정치권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몸을 낮추고 업무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터라서 간담회에서의 반응은 사실 뜻 밖이었다.
유 장관의 깜짝 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국립서울병원 재건축 여부를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서면으로 물은 것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장관으로서 당연히 현안에 대해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예전 국회에서 보여줬던 직설적 언사를 쏟아냈다. 유 장관은 복지부 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방향을 묻자 “공무원은 할 수 없다면 돼지우리에서라도 일해야 한다”며 정치인 시절의 감각적인 단어 선택도 보여줬다.
유 장관은 비록 정치권의 자격 논란 시비 끝에 취임했지만 100일간 복지 분야의 케케묵은 현안들을 소신있게 매듭짓는 등 장관으로서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개인의 목소리를 자제하고 복지부의 입장을 차분히 개진하는 등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애써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유 장관의 발언들은 그가 취임 때 밝혔던 ‘근신’ 의지가 소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유 장관을 앞서간 많은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초심을 쉽게 버렸던 점을 국민들은 잊지않고 있다. 취임 100일이 유 장관에게 첫 출발의 각오를 되새기고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홍주 사회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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