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S중 학생 50여명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도서실에서 자율학습을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감독관이다. 지난해 3월부터 자습 환경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같은 지역 HㆍD중은 희망자에 한해 실시해야 할 7교시 보충수업을 사실상 의무화해 운영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방과 후 학교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조가 16일 정부가 목을 매고 있는 방과 후 학교에 직격탄을 날렸다. “방과 후 학교가 본래 목적인 특기 적성교육이 아닌 입시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가 방과 후 학교 운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전교조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방과 후 학교를 강력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전교조측은 작심한 듯 방과 후 학교 문제를 조목조목 따졌다.
우선 방과 후 학교의 사교육 흡수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전교조측은 “결론부터 말해 방과 후 학교 시행과 사교육 흡수 효과와는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학교에 사교육의 일부 기능을 맡긴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사교육 수요는 입시를 향한 순위 경쟁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방과 후 학교도 결국 입시 위주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현행 방과후 학교 운영 방식의 한계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정규 교육과정에 신경 써야 할 학교장이 수업 후 다양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 운영까지 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학교장은 초인간이 될 수 없다는 일침이다.
강사 부분도 지나치지 않았다. 교육부는 방과 후 학교 강사를 기존 교사 뿐 아니라 학원강사, 외국인 유학생, 특기 소유자 등을 활용토록 하고 있지만 허점이 많다는 게 전교조측 설명이다.
전교조는 “현실적으로 자본을 앞세운 사교육 기업이 이들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고, 자질을 검증 받지 않은 강사들이 학교로 마구 들어오는 부작용이 현실화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의 파상 공세에 대해 교육부는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시도 교육감 및 교육장 회의에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방과 후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운영 학교 확대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격을 당한 꼴이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질이나 시설 부분 등 방과 후 학교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차츰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방과 후 학교 밀어붙이기는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윤종건 회장은 “교사가 수업ㆍ연구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교실을 외부에 내 줘야 하는 등 당장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옳다”고 말해 방과 후 학교 운영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