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인터넷 카페 ‘범죄사냥꾼(cafe.daum.net/tankcopㆍ사진)’을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이대우(40ㆍ경위) 강력팀장은 회원 K(35)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어울려 대마초를 핀다는 내용이었다. 이 경위는 이름까지 적시한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팀원과 즉각 수사에 들어갔다.
연예인들의 주거지를 파악하고 동향을 면밀히 점검한 지 6일. 대마초 흡입 정황 증거를 확보한 수사팀은 연예인 4명을 검거했다.
인터넷에 범죄 정보가 넘치고 있다. 익명성을 무기로 신종 범죄의 통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범죄사냥꾼’ 카페는 인터넷이 범죄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페 개설 후 6년간 회원의 제보와 신고로 해결된 사건이 28건, 붙잡힌 용의자만 166명에 이른다. 인터넷 상에서 범죄를 모의하던 강도단, 미제 살인사건 용의자, 가짜 양주 제조범, 운전면허증 위조범 등 범죄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이 팀장이 카페를 만든 것은 2000년 5월. 시민에게 경찰의 일을 제대로 알려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싶어서 였다. 클릭이 거의 없던 카페는 이 팀장이‘현장 체험’코너를 마련하면서 폭발적으로 회원이 늘었다.
월 1회 정도 회원을 초대, 검거 현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현장이 주는 긴장감과 스릴에 매료된 네티즌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회원수가 급증했고 범죄 제보도 쌓여갔다. 15일 ‘대마초 흡연 연예인’ 검거 보도가 나간 직후 하루 만에 신규회원이 벌써 2,000명 이상 가입해 3만 명을 넘었다.
수사 과정 등 동호회의 정보가 공개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범인을 체포하고 보면 카페 회원인 경우도 있다는 것.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죄꾼에게는 범죄사냥꾼 카페가 공포의 대상이자 경찰과의 치열한 두뇌싸움의 현장인 셈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동료들이 카페 운영 노하우를 물어오기도 하고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다 경찰에 입문한 사람만도 20~30명에 이른다. 그 중에는 이 팀장의 동생도 있다. 이 팀장은 “요즘 범죄는 인터넷을 통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며 “인터넷 모니터링과 수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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