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인가. 16일 코스피지수가 3일 연속 급락하면서 1,400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87 포인트(2.25%) 하락한 1,382.11로 마감했다. 겨우 3일 만에 시가총액 4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번 주가 급락의 직접적 요인은 외국인 매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6일까지 5일 연속 매도 공세를 이어가며 1조원 정도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집계하면 지난 9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했으며, 금액은 3조원에 가깝다. 특히 최근 3일은 선물에서도 2만 계약 이상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현ㆍ선물 동시 매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추측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은 ‘중국 등 신흥시장 호황에 따른 수요’ 때문으로 합리화됐고 미국 금리 인상은 조만간 중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이 같은 인식에 변화가 왔다는 분석이다.
키움닷컴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FOMC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면서 “올해 미국 주택가격이 3% 떨어졌는데 모기지론 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미국 수요가 붕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시간주 소비자기대지수는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미국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었고, 자산가격 버블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폭락한 것과 16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시장 증시가 모두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보수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신증권 함성식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 걸친 현상이라는 점에서 그 강도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저점을 확인할 때까지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투매 움직임이 진정되면, 단기간 낙폭이 컸던 만큼 조만간 반등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미래에셋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매수로 돌아서면서 조정이 1주일 내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주가지수 하단을 1,360포인트로 예상했다.
키움닷컴 홍 팀장도 “이번 주말쯤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반등을 매수 기회보다 손실을 만회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추가 대응은 반등 폭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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