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온도의 단위는 섭씨이다. 체온이 37도라 하거나 일기예보에서 최고온도가 24도라 할 때에도 단위는 섭씨이다. 섭씨는 물이 어는 점을 0도로 하여 기준점으로 잡는다.
물론 물은 얼음이 된 후에도 온도가 더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온도도 존재한다. 겨울의 한파에 물이 어는 것은 대기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도가 내려갈 수 있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어서, 어떠한 물질도 영하 273.15도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다.
이 온도를 절대 0도라 한다. 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절대 0도를 기준점으로 잡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섭씨가 아닌 절대온도 단위인 캘빈을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섭씨 0도는 캘빈 273.15도이다. 그러니까 캘빈 온도는 섭씨 온도 더하기 273.15도인 셈이다.
온도의 단위를 혼동해서 쓸 경우 과학이나 공학의 계산에서 매우 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온도 표기 때에는 숫자 뒤에 단위를 붙여서 섭씨는 C로 표현하고, 캘빈은 K로 표현한다.
태양의 성질을 설명하는 내용의 책을 읽다가 태양의 표면온도를 기술하는 부분에서 의아해한 경험이 있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대략 6000도라는 것인데 문제는 단위가 적혀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타이리라 짐작을 하고 다른 책을 뒤져보아도, 단위 없이 대략 6000도라고 되어있든지, 섭씨 6000도 또는 캘빈 6000도라고 된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태양풍을 연구하는 동료에게 물어본 결과 결론은 모두 정답이었다.
요점은 이렇다. 6000도 자체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대략의 값일진대, 섭씨 6000도에 캘빈 6273.5도거나 혹은 캘빈 6000도에 섭씨 5726.5도이거나 그 말이 그 말이라는 것이다.
물론 물의 끓는점이라던가 기온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온도처럼 섭씨로 영하 20도에서 영상 100도 안팎을 오가는 경우라면 섭씨냐 캘빈이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만, 6000도나 되는 고온에서는 단위에 따라 바뀌는 세부사항정도는 대세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택에서 경찰, 군, 민간, 시민단체, 학생단체가 어우러져 벌어진 거창한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갑이 을을 때렸느니 거꾸로 을이 갑을 때렸느니, 누가 더 심하게 다쳤느니, 말이 많다. 어떻게 보면 충돌의 이후에 펼쳐진 피해량 산정은 결국 온도의 단위 바꿔달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이 다치고 뼈가 부러져 입원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정도라면 섭씨 10도나 20도는 아닐 것이다.
단위를 바꿔달아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밖에서 보는 사람의 눈에는, 이 단위를 붙이든 저 단위를 붙이든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단 온도가 낮아야 서로의 단위로 기준을 정하며 흥정이라도 붙일 것이 아닌가.
김주환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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