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인 ㈜놀부의 김순진(54) 대표이사 회장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서민들에게는 우상 같은 인물이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1980년대 초 충남 논산에서 상경, 87년 5월 놀부보쌈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시작한 지 19년 만에 500개가 넘는 체인가맹점을 거느린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놀부보쌈 개업 19주년인 10일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식지 않는 열정을 무기로 사업영역확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 회장의 인생역전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십줄의 나이에 서울에 올라온 그가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음식점이나 제과점 종업원이 고작이었다. 직접 음식장사도 해보고 옷도 팔아보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식솜씨는 자신 있던 터라, 84년부터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전국 사방팔방을 뛰어 다녔다. 그렇게 3년 세월을 투자했고 차린 것이 보쌈집이었다.
“고기 육질이 탄력을 유지, 쫀득쫀득한 맛을 내도록 삶아내는 게 놀부보쌈의 기술”이라는 김 회장은 “한 번 맛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전해지면서 식당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회고한다.
보쌈집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자 그는 이내 가게에 딸린 방을 개조, 매장 규모를 12평으로 늘렸지만 줄을 잇는 손님을 원활하게 받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회장은 한 손님으로부터 보쌈집을 내려고 하는데 300만원을 줄 테니, 고기 삶는 법과 장사비법 등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보쌈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가 사업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사촌언니를 내세워 89년 상도점에 분점을 차렸다. 첫번째 프랜차이즈점이 문을 연 것이었다.
이때부터 사업감각을 깨치기 시작한 김 회장은 91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삶은 고기와 김치라는 낯선 메뉴였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도 줄을 서서 먹고 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놀부보쌈이 국내에 자리를 잡을 즈음, 김 회장은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다. 부대찌개, 항아리갈비, 유황오리진흙구이, 솥뚜껑삼겹살, 한정식 등을 잇따라 개발했다. 가맹점 수만 560개, 놀부 직영매장 매출만 700억원을 넘었다.
가맹점 매출을 합치면 5,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국 가맹점에서 소비되는 김치, 야채 등 국산 농산물도 1,150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해 전통외식산업발전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배움에 목말라했던 김 회장은 서른 아홉 때인 91년 늦깎이 공부를 시작, 중ㆍ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학ㆍ석사모를 쓴데 이어 이제 박사학위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해외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중 일본 도쿄와 삿포로에 놀부항아리갈비라는 브랜드를 수출한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한국에서 그런 것처럼 우리의 토종 브랜드가 일본에서 정식으로 로열티를 받게 된 것이다. 중국시장 공략준비도 마쳤다. 새로운 유통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는 등 본격적인 사업다각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오면서 순간의 이익보다는 늘 고객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가슴에 새겨왔다”며 “새롭게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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