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원 철원군 근남면 비무장지대(DMZ) 안쪽. 조심스럽게 흙을 파헤쳐 내려가던 육군 유해발굴단 앞에 두개골과 팔ㆍ다리ㆍ갈비뼈 일부만 남은 유해 1구가 나타났다. 유해 주변으로는 철모와 수류탄, M1탄창 등 생생한 전흔(戰痕)이 드러났다. 한국전쟁에서 숨진 국군의 유해가 분명했다. 유품으로 총알에 맞아 갈기갈기 찢겨진 수통컵과 미처 마시지 못한 물이 그대로 담긴 수통까지 발견되자 발굴단은 일순 숙연해졌다.
육군이 2000년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 DMZ에서 국군 전사자 유해가 처음 발견됐다. DMZ 내의 발굴은 정전협정 규정상 유엔사 또는 북측과 협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철책경계 부대가 지난달 전방감시초소(GP) 보급로 확장공사를 하다 신원불상의 유해를 발견했다고 신고에 함에 따라 유엔사와 협의를 거쳐 유해발굴단이 투입됐다.
박신한(대령) 유해발굴단장은 “발굴지역은 1951년 6월26일부터 9월21일까지 국군 2사단17연대 및 32연대와 중공군 20군 예하사단이 735고지를 중심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던 격전지”라며 “유해의 주인공은 한국전 당시 이 지역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2사단 소속 병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교적 완전한 상태의 유품 122점이 발견됐지만 군번줄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없어 유해는 일단 DNA 검사를 통한 신원 확인과정을 거친 뒤 국립현충원에 봉안될 예정이다.
육군 유해발굴단은 남한 지역을 상대로 한 발굴작업에서 지금까지 1,410구의 전사자 유해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51구, 유족까지 확인된 경우는 20구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국방 유해 및 감식단(가칭)’으로 확대개편해 유해발굴작업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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