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야 공약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겉만 화려할 뿐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여야 4당 모두 각론엔 별 차이가 없다. 각 당이 자기 색깔의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베끼기에 치중하고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한건주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부터 불기 시작해 기대를 모았던 매니페스토 운동이 무색하다.
열린우리당은 얼마 전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춘 ‘10대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비롯해 2009년까지 노인 일자리 17만개 확충, 저소득층 자녀 교육비 지원 확대 등이 핵심이다. 한나라당도 이에 질세라 대규모 뉴타운 건설과 등록금 반액 실현, 기초연금제 도입 등을 담은 ‘서민 살리기 7대 중점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각론을 보면 민생ㆍ복지 분야의 경우 자치경찰제 실시, 서민에 대한 법률구조서비스 확대, 서비스산업 집중 육성,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확대,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여야 5당의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민주노동당이 한미 FTA 반대, 자치구별 임대주택 20% 쿼터제 실시, 공공병원 확충을 통한 무상의료 전면실시 등 기존 4당과는 다른 관점에서 정책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실현가능성 여부다. 장밋빛 공약의 상당수가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협조 없이는 실현자체가 불가능하고, 재원 확보책이나 추진 일정도 불투명해 선심성이 짙다. 2010년까지 10만개의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우리당만 해도 정작 8,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한나라당도 조부모가 어린 손자ㆍ손녀를 돌볼 경우 육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등 추가재원이 필요한 복지정책을 발표해놓고 다른 쪽에서는 10대 감세안을 제시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선거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단골 공약도 어김없이 쏟아졌다. 우리당이 발표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이나 무료틀니 공급 확대,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은 2002년 대선과 17대 총선 당시 주요 공약이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도입도 2002년 대선이래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고, 결식아동 세제 지원 강화나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 확대 등은 소속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마친 사안이다.
지방선거와 무관한 아예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성 공약도 부지기수다. 우리당의 독도 연구 강화, 개성공단사업 지속 추진,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이 한 예다. 국정원 도청사건에 대한 특검 실시, 북한인권법 제정 등 한나라당의 일부 공약들도 대국민약속이라기 보다는 정치공세의 성격이 다분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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