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정용진 부사장의 투명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총 1조원대 규모의 상속ㆍ증여세를 납부하겠다고 발표, 그 배경과 구체적인 납세 방안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세계의 상속ㆍ증여세 1조원대 납부 결정은 최근 참여연대가 제기한 ‘경영권 편법 대물림 의혹’에 대해 ‘떳떳한 승계와 상속’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는 차별성을 부각시켜 참여연대와의 소송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의도도 비쳐진다. 또 이번 기회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조기에 완성시키려는 측면도 강하다.
신세계의 예상을 넘는 상속ㆍ증여세 납부 결정은 지난 달부터 예견돼왔다. 참여연대가 정 부사장의 광주신세계 주식 헐값 인수를 문제 삼아 검찰에 고소하자 신세계가 명예훼손혐의로 맞고소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시민단체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각오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그룹안팎에서는 기대해왔다.
1조원에 달하는 납부세액의 산출내역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신세계의 주식 시가 총액은 8조원대. 이중 정 부사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이 15.33%,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7.82%로 24%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는 2조원대에 달한다. 통상 30억원 이상의 상속ㆍ증여세는 50%를 물리도록 하고 있어, 정 부사장이 부모로부터 주식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내야 할 세금은 총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의 계획대로라면 정 부사장은 부모의 신세계 보유 주식 중 절반인 12%를 증여받게 된다. 이 경우 정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4.86%와 합쳐 총 17%의 주식을 소유, 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이에 따라 1997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기획조정실, 경영지원실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정 부사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구 사장은 “신세계는 이미 전문경영인에게 권한 이양이 많이 돼있어 상속은 경영권 문제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 부사장은 “(어머니인) 이 회장보다 회사 일에 많이 관여하고 있고, 전문경영인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 향후 증여가 본격화할 경우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세계의 ‘파격적인’ 납세 결정은 현재 2~3세로의 경영권 대물림을 추진중인 삼성, 롯데 효성 두산 금호 등 상당수의 재벌들로 하여금 투명납세를 유도하는 선도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대부분의 재벌들이 2~3세들에게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배정한 후 상장시켜 이들에게 거액의 차익을 챙기도록 하는 등 편법 증여와 상속으로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를 부채질했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는 신세계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상속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신세계의 조치는 굉장히 힘든 결정이며,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차제에 기업들이 보다 투명한 상속ㆍ증여를 할 수 있도록 세제개편 등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기업이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당연히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까지 그렇지 못한 관행이 오히려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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