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휴일을 긴장시켰던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가 큰 폭력사태 없이 지나갔다. 열흘 전 평택 들녘에서 시위대의 죽봉과 경찰 방패가 맞부딪쳐 피가 튀는 전투를 치른 것을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다.
서울 도심과 평택에서 열린 시위 규모는 훨씬 큰데도 어떻게 갑자기 평화시위와 온건대응이 가능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시위세력과 공권력이 함께 자제한 것이 가상하지만, 애초 서로 강경하게 치달아 국민을 불안케 한 것을 새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폭력사태 재발을 피한 것은 정부가 평택 주민들의 이유있는 항변과 사회 일부의 미군기지 반대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과 한총련 등 시위 주도세력도 폭력시위를 되풀이해서는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죽봉과 쇠파이프를 들지 않은 것은 비록 뜻밖이지만, 폭력사태를 혐오하는 국민 정서를 뒤늦게나마 헤아린 현명한 처사다. 정부와 반대세력 모두 앞으로도 이런 절제를 지키기 바란다.
정부와 반대투쟁세력을 새삼 나무라는 것은 어떤 이유와 목적에서든 국민 다수의 생각은 아랑곳 않는 강경 대결로 불안과 불신을 안긴 때문이다. 국민 다수는 용산기지 등을 평택에 모으는 것은 안보여건과 한미 동맹의 현실에 비춰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긴다고 믿는다.
따라서 지나친 반대가 안보와 동맹을 해칠 것을 걱정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 반대를 억누르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다고 본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채 정부가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고 반대세력이 광주항쟁 계승을 외치며 맞부딪친 것은 분명 느닷없고 무리한 행태다.
정부와 반대세력이 잘못을 뉘우친 듯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사회도 삶의 터전을 수용당한 농민들의 항변까지 이기심으로 매도하는 것은 몰염치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저마다 용산 개발이익을 다투고 선거에까지 이용하면서, 농민들은 보상금에나 만족하라는 인식과 자세로는 사회적 난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 수 없다. 사회 전체의 각성과 고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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