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전남 곡성군 천주교 곡성성당 교육관. 숀 워커(29) 원어민 교사가 필리핀 이주여성 20여명에게 발음 교정을 해 주고 있다. 원어민 교사를 따라 단어를 소리내어 읽는 이주여성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깐(Can) 유(You) 스픽(Speak) 잉글리쉬(English)’식 경음화한 필리핀 영어가 네이티브 수준의 발음으로 바뀌자 원어민 교사는 연방 “엑셀런트(Excellent)”를 외친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이 일선 학교 원어민 교사로 나선다. 원어민 교사가 절대 부족한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원어민 교사 양성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전남대 전남대 언어교육원에 의뢰, 맞춤형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업을 이달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담양군은 2003년부터 외국인 이주 여성들을 원어민 교사로 활용하기 위한 영어교사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곡성군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주 여성은 25명. 모두 필리핀 출신인 이들의 영어 수준과 교사로서의 자질 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대부분이 대학 재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갖췄고, 대학 교수와 원어민 교사 등 전문가들이 직접 인터뷰를 거쳐 선발했다.
프로그램의 강도도 정규 영어교사들의 교육연수 프로그램 뺨칠 정도로 높다. 이들은 내달 27일까지 7주간 매주 화ㆍ금요일 6시간씩 총 60시간의 교육연수를 받게 된다. 교육과목도 교육이론과 초ㆍ중ㆍ고교의 교육과정 분석, 수업지도 방법론, 한국의 학교문화 등 교사로서의 자질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들은 수료증 수여와 함께 수료 성적에 따라 곡성지역 초ㆍ중등학교 영어 보조교사나 영어캠프, 지역 아동센터 원어민 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결혼 8년차인 마리셀(31)씨는 “영어 보조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제서야 비로소 이방인이 아닌 지역 사회 구성원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남편이나 시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밀어줘 무척 즐겁고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일선 학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학교측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원어민 수준에 버금가는 이주여성들을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어 크게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이주여성 영어교사의 인기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실제 담양에 거주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6명은 1월부터 관내 14개 초등학교로부터 방과 후 특성화 교육 영어 강사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예 시간강사로 나서고 있다.
1명 당 2,3개의 학교를 전담하는 이들은 시간 당 3만5,000원의 수당을 받으며 월 평균 최소 14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있어 이주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담양군 관계자는 “이주여성 영어 강사들의 수준이 높고 놀이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쳐줘 아이들도 좋아해 인기가 높다”며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이들의 열의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언어교육원 관계자는 “이주여성들의 영어실력과 교사로서의 자질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어보조 교사 양상 프로그램을 타 시ㆍ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곡성=글ㆍ사진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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