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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5> 진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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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5> 진대제

입력
2006.05.1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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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의정부의 열린우리당 시장후보 사무실. 시장ㆍ도의원ㆍ시의원 후보들을 앞에 놓고 진대제 후보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국의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에서 나만큼 실물경제를 경험해보고 성과를 낸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내가 100만개 일자리 만든다니까 자기 일자리 하나도 만들어본 적 없는 후보들이 따라 합디다”….

자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진 후보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불과 20여일 전 수원지역 출마자들과의 간담회 때 회의장 뒷편에선 무슨 얘길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한 측근은 “20% 가까이 벌어졌던 지지율이 10%대로 좁혀지면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당원이나 지지자들을 만날 때 표정과 말투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곧 이어 진행된 의정부지하상가 상인들과의 만남은 전혀 딴판이었다. 상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것도,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어딘지 어색했다. 이 지역 출신 강성종 의원이 손을 끌고 매장으로 들어가 “IT전도사 진대제 장관이 경기도를 책임지러 출마했습니다”라고 소개하고서야 명함을 건네주며 악수를 나누는 정도였다. 유권자와의 만남에선 여전히 수줍음 많은 정치 초년병이었다. 진 후보와 인사를 나눴던 상인 최순욱(56ㆍ여)씨는 “낯가림이 저리 심한 후보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이날 하루에만 경기 북동부 지역 5곳을 방문해야 했던 진 후보가 첫 행선지인 포천을 향해 수원 자택을 나선 시간은 오전 7시20분께. 2시간을 넘게 달려 포천에 도착한 터라 피곤할 만도 했지만 오히려 진 후보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비서팀 관계자는 “대기업 CEO와 정통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토론하는 걸 즐겁게 받아들이는 게 몸에 밴 것 같다”고 했다.

오전 11시30분에 시작된 이흥규 양주시장 후보와의 정책협약식. 각종 규제에 묶여 성장동력이 많이 소진됐다는 설명을 들은 진 후보는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을 활용, 경기북부지역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유치하면 고용창출과 첨단중소기업 유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내용은 곧바로 정책협약에 담겼다. 주변에선 “역시 CEO 출신은 다르다”는 평이 나왔다.

점심을 김밥으로 해결한 뒤 의정부 행사를 마친 진 후보가 찾은 곳은 남양주. 정책협약식이 예정된 오후 4시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하자 그는 이동차량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들 딸에게 문자를 보내느라 분주했다. 이동하던 중간중간 경기도 모처를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을 아내와 통화도 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오후 6시 구리시장 후보와의 정책협약식에 앞서 방문한 장소는 뜻밖에도 고종ㆍ순종황제를 기리는 홍릉ㆍ여릉이었다. 평일 오후라 관람객이 거의 없을 텐데도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20여분의 관람이 끝날 무렵 “유권자가 거의 없네요”라고 했더니 “언제든 여유가 필요한 법이죠”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진 남양주 도예가들의 전시회 관람 때도 마찬가지였다. 호기심 많은 일반 관람객 같았다.

포천을 시작으로 양주ㆍ의정부ㆍ남양주ㆍ구리까지 강행군을 마치고 수원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수행원들 모두가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진 후보는 생생했다. 곧바로 참모회의가 열려 5곳 방문 일정을 평가하고 다음날 일정을 체크했다.

밤 11시30분이 넘어 자택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수행팀 관계자는 “TV토론을 통해 상대 후보에 자신감은 갖게 됐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정치인 진대제’로 변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제부턴 유권자들과의 대면접촉에서도 자신감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 'CEO형 정치' 실험

정치 초년병인 진대제 후보는 최근 “새로운 정치모델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경기도내 우리당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체결하는 정책 협약을 염두에 둔 얘기다. 그는 ‘CEO형 정치실험’이라고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정책 협약은 구리시장 후보가 “풍부한 유적을 활용해 ‘고구려 테마공원’을 조성하면 주민 소득을 1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제안하면, 진 후보가 “1,500억원의 재원이 차질없이 조달되도록 경기도가 힘쓰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시급성과 실현 가능성은 물론 경제적 효용성까지 따져 경기도와 일선 시군이 함께 추진할 현안을 선택한다. 한 측근은 “진 후보가 직접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검토해 돈만 들고 효과가 없는 공약은 과감히 배제한다”고 전했다.

행사는 매일 3~5곳에서 진행되는데, 그는 30분 행사를 위해 1시간이 넘는 이동시간도 감수한다. 상대후보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터라 유권자를 한명이라도 더 만나는 게 시급할 것 같은데도 그렇다. “CEO의 선택이 기업의 존망을 가르듯 단체장의 선택은 주민의 삶을 좌우한다. 이제 저비용 고효율 공약 없이는 유권자들을 만날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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