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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비판 못하는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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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비판 못하는 기업인들

입력
2006.05.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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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살벌한 때 어느 누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기업체 A 임원은 12일 S전자 Y대표의 불발로 그친 강연 이야기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Y 대표가 최근 정부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에 대해 쓴소리를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는 것.

Y 대표는 당초 “성장률 둔화, 고용 감소, 성장 엔진 상실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정부가 오히려 기업인의 의욕을 꺾으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전반에 만연한 ‘포퓰리즘’을 퇴출시켜야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가해질 후환이 두려워 해당 원고를 읽지 않고 다른 말로 강연을 대체했다. 재계 관계자는 “Y 대표가 입을 다문 것은 최근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총수가 구속된 데 이어 삼성그룹의 총수도 소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임원도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면 모처에서 곧바로 질책을 받는 통에 발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임원은 “경제단체라는 것이 원래 재계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곳인데 정부가 과민 반응하고 있다”며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요된 침묵이 지속되며 재계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환율 급락에다 고유가 등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인데도 재계 인사들은 ‘설화(舌禍)’를 우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24일로 예정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에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일근 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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