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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의 교육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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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의 교육을 생각한다

입력
2006.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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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근무하는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다.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할 때 전교생이 200여명이었고, 1972년 이 학교에 교사로 왔을 때 전교생은 모두 700여명이었다. 지금 우리 학교 전교생은 31명이다. 참으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수 백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여 년 동안에 빠르게 이루어졌다.

● 이 사회 온갖 모순의 집합장

농촌만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대다수의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는 또 얼마나 변해버렸는가. 가만히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가장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양극화 현상은 오래 전부터 급 물살을 타다 돌부리에 걸린 것이다.

농경사회 속에서 아름답게 보존되어 왔던 마을 공동체적인 삶은 온데 간 데가 없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인정이 사라진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더러운 집단이기주의가 자리를 잡았고,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이 불투명한 우리들의 일상은 순간을 모면하려는 찰나주의가 자리를 잡아 위험 수위를 넘은 도덕불감증과 가치관의 혼란을 불러왔다.

세계 최악의 출산율 저조는 우리가 살아 온 사회와 역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극히 반사회적이고 반문명적인 무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엄격하게 말하면 우리 사회공동체는 실패한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사는 꼴이 정말 싫은 것이다.

사회공동체의 실패는 교육의 실패에 있다고 나는 단언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우리 사회의 모든 모순을 다 쓸어 담고 있는 거대한 그릇 같다. 얽히고 설킨 많은 문제 중 어느 한 가닥만 들추면 세상의 온갖 문제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며 제 각각 추악한 괴성을 내지른다.

그 모든 소리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다 자기 밥그릇의 밥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내 밥그릇에 밥을 더 퍼 담아 나만 배불리 먹고 잘 살겠다는 극히 몰염치한 소리들뿐이다.

그 욕심사나운 소리들 중에서 한 나라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교 교수들은 물론이고 초중고 교사들의 소리도 만만치 않게 완고하고 크다. 교육자들은 지식인이다. 교육자 집단은 한 사회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아름다운 힘의 무능과 태만과 이기주의는 사회의 부패를 부른다.

이런 우리 지식의 부패는, 지성의 타락은 교육의 사회화를 상실한지 오래되었다. 오죽하면 교장들이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학교운영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할까. 교육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는 증거가 아닌가.

내가 선생을 시작한지가 꼭 36년이 되었다. 웃자고 하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친구들에게 나는 이따금 ‘교육 식민지 36년’을 지냈다고 말한다. 그동안 교육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기 저기 질질 끌려 다녔다는 말이다. 그 구각의 틀이 아직도 우리 교육의 진정한 민주화와 개방을 가로막고 있다.

● 모든 교육주체들 크게 반성해라

우린 너무 고루하고, 너무 구태의연하고 낡았다. 누더기를 걸치고 인터넷을 뒤적이는 이 교육 현실이 얼마나 누추한가. 교육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그동안 우린 교육의 힘으로 이렇게 잘 산다고 한다. 일면 맞은 말이다. 그러나 정말 맞는 말일까.

내일 모레까지도 그 말이 맞는 말이 될까. 우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교육 주체들이 다시 한번 크게 반성할 때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엄청난 변화는, 그 변화에 걸맞은 인간다움의 토대와 그 토대 위에 희망의 밝은 빛이 내일을 비추어야 한다. 그 빛이 교육의 힘에서 나와야 한다.

5월의 푸른 산천 속으로 샛노란 꾀꼴 새가 날아가면 운다. 오동 꽃이 피는 봄을 건너 여름으로 가는 우리의 국토는 장엄하고 장엄하다. 저 장엄한 국토에 걸맞은 삶의 질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김용택 시인ㆍ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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