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재직 간부들의 행장 퇴진 촉구에 이어 12일 오전에는 노조가 리처드 웨커 행장 등 경영진 출입 봉쇄 시위에 돌입, 정상 영업시간임에도 출입구 철문이 내려지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은행 재매각과 관련해 전날까지 6개 질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경영진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으로 이동해 “대주주인 론스타 최고위층을 소환하라”고 목청을 돋구었다.
재매각을 둘러싼 불신과 반목은 일상사가 됐다. 이번 주 초에는 부서장과 지점장들이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간간부들까지 경영진을 ‘론스타의 시녀’로 몰아세우며 극심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9,000억원 대의 기록적 순이익을 냈으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2,99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3,258억원)에 비해 8%나 줄었다.
반면 경영진은 노조 등의 움직임에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노조의 질의에 대해서도 “합병을 받아들이고 서로 협력하자”고만 답했다. ‘왜’라는 질문에 ‘열심히 하자’는 동문서답을 내놓은 셈. 노조 관계자는 “우리 같은 우량은행이 합병되기는 처음”이라며 “상황에 따라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매각 중단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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