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SK㈜ 등 대기업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하기 위해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를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등 여신거래가 여전히 외환위기 이전의 담보 중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현금 유동성이 많은 극히 일부분의 대기업을 제외할 경우 대출 거래의 전제조건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의 전제조건으로 백지어음이나 백지수표를 담보로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03년 시중 은행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백지 어음을 받는 관행을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으나, 금융기관 입장에서 담보 확보가 쉬운 백지어음이나 수표를 받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금성 자산이 6조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총 11장의 백지어음을 은행과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공한 백지어음은 개별 약정에 의해 평상시에는 유통되지 않고 있으나,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할 경우 현대차는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또 대외거래가 많은 SK㈜ 역시 12월말 현재 모두 147의 백지어음을 은행에 담보로 맡겨 놓고 있다. 이밖에 LG전자,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등도 원활한 금융거래를 위해 거래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액면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백지어음이나 수표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KT&G 등 유동성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의 경우 금융기관에 준 백지어음을 회수, 금융기관의 일방적인 횡포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도 불합리한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지어음 관행을 없애겠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방침에도 불구, 금융기관 위주의 거래 관행이 여전하다”고 하소연 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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