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당초 우려와 달리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AI 전염원’이란 누명을 벗게 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전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겨울을 앞두고 철새가 이동하는 곳에 AI 가운데 치명적인 H5N1스를 옮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 가을 시베리아 등지에서 아프리카로 간 철새들이 아프리카에 AI를 퍼뜨리고 봄에 유럽으로 돌아올 때 AI를 옮겨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남으로 간 철새들이 북으로 돌아온 지금 H5N1는 확산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겨울 아프리카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샘플 수천개 가운데 H5N1는 1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철새의 유럽 행이 절정이던 지난 4월 이래 유럽에서 야생조류 감염은 단지 몇 개 샘플에 그쳤다. 이는 매일 십여 개가 발견되던 2월에 비해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유럽에서 H5N1는 4월 말 덴마크에서 발견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가금류의 야외방류 금지를 해제했고 프랑스는 준비 중이다.
철새가 H5N1형 AI 전염의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한 과학자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이 유예된 것인지, 사전 예방조치 덕분인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H5N1가 어느 시점에 유럽에 다시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접지 않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측은 이런 현상을 2000년이 되면 컴퓨터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던 ‘Y2K 현상’에 비유해 꼬집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