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콜금리를 종전과 같은 연 4.0%로 유지했다. 경기 회복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금리를 올려야할 상황이나 환율 하락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향후 금리 인상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돼 금통위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 안게 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간담회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상당 폭 하락하는 등 달러와 원유의 향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콜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수출 경쟁력이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를 높이면 환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환율 하락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도 금리 인상의 부담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환율하락, 고유가, 정보기술(IT) 제품 가격하락 등 교역 조건 악화로 경상수지가 석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경기 선행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하는 등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콜금리 인상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전망치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밤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연방기금금리를 5.00%로 0.25% 포인트 인상했지만, 사실상 미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은 향후 금리 인상 부분에 대해 “또 필요하면 올릴지 모른다(may yet be needed)”며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인상하더라도 한 두차례에 불과할 전망이어서 ‘약(弱) 달러’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금통위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비명에 귀 기울인 측면이 강하지만, 금통위로서도 상당한 짐을 질 수밖에 없게 됐다. 물가가 현재 안정세를 보이긴 하나 경기회복과 유가급등에 따른 상승압력이 여전히 잠재해 있고, 특히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한은이 최근 몇개월간 취해온 통화정책의 기본방향은 유효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율 때문에 금리를 일단 동결했지만, 금리 인상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한은은 경기 회복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지난해 10, 12월, 올 2월 세차례에 걸쳐 0.25%씩 올려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날 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함으로써 당분간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이날 인상하지 못함으로써 올해 안에는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동결의 이유로 든 환율 하락이 지속되고 거시경제지표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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