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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저도 한국인입니다

입력
2006.05.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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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둘째 아들이 KBS의 ‘해피선데이’라는 프로그램의 ‘날아라 슛돌이’ 코너에서 네덜란드팀 선수로 경기에 참여했다. 네덜란드팀은 대사관에서 8명의 또래 아이들로 팀을 급조해 겨우 1시간 30여분 연습 끝에 경기에 임했고, 당연하게도 한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슛돌이팀에 졌다.

● 금발의 아이들만 쫓아간 카메라

하지만 경기 결과보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방송 내내 아들의 모습을 화면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시종 금발의 아이들만을 찍었고, 내 아들을 포함한 네덜란드팀의 2명의 혼혈인 아이들은 거의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하인스 워드를 줄기차게 따라다녔던 방송은 이 경기 내내 혼혈아들을 외면했다.

둘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아들을 보고 “저기 봐. 외국인이다”라고 소리치면 둘째는 화가 나서 소리친다. “아빠는 외국인이지만 난 한국사람이에요”라고. 사실은 나도 귀화를 해서 이제는 한국인이지만 말이다.

네덜란드 언론도 과거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덜란드에는 수리남, 터키, 모로코인들과 혼혈로 태어난 사람들이 많고 특히 수리남 출신의 검은 피부를 가진 이들은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상당수 있는데, 매스컴은 그들의 활약을 전할 때 네덜란드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살인, 강도, 사기 등 부정적 사건에서는 그들을 수리남 사람이라고 구별지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한 반성과 논란이 제기되면서 네덜란드 매스컴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방송은 귀화한 혼혈인 또는 외국인을 앵커로 기용했고, 각종 광고매체도 그들이 평범한 일반시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같은 시도는 수년간 꾸준히 계속됐다.

매스컴의 그러한 노력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는데 학교 교과서에는 피부색, 국적 등을 떠나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기업의 채용면접에서 응시자의 인종, 성별, 출신지는 물론 종교를 판단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불법이 됐다. 공공기관들도 외국인과 혼혈인의 채용을 늘렸고, 점차 시청 같은 관공서에서 토종 네덜란드인들과 외모가 다른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 차별 시장에 매스컴 역할 중요

각종 차별을 없애는 일은 사람들의 편견을 물리치는 데서 시작하며, 매스컴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가령 나는 지난 설 연휴에 국제결혼을 한 커플들을 초청하는 한 토크쇼에 출연했는데, 기왕이면 뉴스나 공식적인 인터뷰를 통해 방송을 만나고 싶다.

그들이 외모보다는 내가 성취한 것들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 백인 일색인 광고모델도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이들이 참여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더 많은 국제결혼 커플이 탄생하고 있고, 또 내 아이들 같은 혼혈인의 비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나는 우리 가족들이 자랑스럽게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고, 더 이상 길거리에서 희한한 구경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헨니 사브나이에ㆍ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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