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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다시 만난 '레슬링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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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다시 만난 '레슬링 라이벌'

입력
2006.05.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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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스포츠 영웅 오이도프(57)씨가 오랜 레슬링 라이벌인 양정모(동아대 체육학과 교수)씨와 해후했다. 오이도프씨는 한ㆍ몽우호협회 고문인 부산 강동병원 강신혁 원장의 초청으로 무료 수술을 받기 위해 10일 방한했다.

오이도프씨는 1974, 75년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 7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현역시절 각종 국제대회에서 32개의 금메달과 8개의 은메달, 3개의 동메달을 따내 몽골에서 동상을 세울 정도로 칭기즈칸 이후 최고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인물. 하지만 그는 선수시절 당한 신경과 힘줄의 손상 등을 20여년 동안 방치하다 손바닥이 함몰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어서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각한 후유 장애를 앓아왔다.

레슬링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고 오이도프씨와 겨뤘던 라이벌인 양정모씨, 두 사람의 인연은 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이도프씨는 그해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건국 후 첫 금메달을 안겨준 양씨와 맞붙어 최종 순위결정전에서는 정작 양 교수를 이기고도 벌점을 많이 받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라이벌이었지만 친구의 방한을 양씨가 모른 척할 리 없다. 양씨는 10일 병원을 찾아 오이도프씨와 2002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재회했다. 양씨가 그의 건강을 걱정하자 오이도프씨는 양씨를 얼싸안으며 진한 ‘사나이들의 우정’에 흠뻑 빠졌다.

양씨는 “오이도프와는 7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모두 3번의 경기를 치렀는데 아직까지도 그만의 안정된 힘과 현란한 기술을 잊지 못한다”면서 추켜세운 뒤 “부산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하게 미소 짓는 오이도프씨도 “3번째 부산을 방문하는데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에 늘 고맙고 미안할 뿐”이라며 “앞으로 몽골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오이도프씨는 사단법인 한ㆍ몽우호협회의 파트너 격인 몽골 현지 협회의 회장으로 양국간 민간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003년부터 둘째 딸 비양 자르갈 양을 동아대 국제관광통상학부에 유학보낼 정도로 ‘친한파’로 통한다.

오이도프씨는 11일에는 동아대 하단캠퍼스에서 ‘세계정상에 이르는 길’을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식지 않는 열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16일 강동병원에서 양쪽 팔꿈치의 신경마비 증세를 치료하기 위한 무료 수술을 받는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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