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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드컵의 33번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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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월드컵의 33번째 팀

입력
2006.05.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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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 수십억 지구가족들의 흥분과 환호가 쏟아지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독일의 축구장에서 직접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붉은악마들은 아주 특별한 영상메시지를 보게 된다. 세계 최정상의 축구선수 15명으로 구성된 ‘유니세프팀’ 선수들이 어린이와 평화를 호소하는 모습이 경기 시작 전과 후, 그리고 하프타임에 상영되기 때문이다.

이 드림팀의 주장은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 한국의 박지성과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 등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간판스타들이 팀원이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이들이 그 숨가쁜 일정 속에서 어떻게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메시지를 촬영했는지 참으로 놀랍다.

● 베컴·박지성 등 유니세프팀에

선수 자신이나 소속팀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았을 그런 배려를 하게 만든 대의명분은 ‘어린이’. 축구팬들과 전세계 대중매체가 온통 월드컵에 열광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지구촌 한편에서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가뭄과 전쟁과 질병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들의 미래를 열어주자고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축구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전세계 가난한 나라에서 영양실조로 숨지는 5세 미만 어린이만 해도 약 900명에 이른다. 월드컵이 벌어지는 한 달 동안 100만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치료할 수 있는’ 전염병이나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2년에 이어 올해도 유니세프와 함께 어린이와 평화를 생각하는 월드컵 잔치를 치르기로 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출전하는 축구선수들과 손잡고 월드컵 경기장에 나서는 어린이들의 티셔츠에는 ‘Unite for Children, Unite for Peace’란 글자가 새겨진다.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다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이다.

베컴 선수는 2001년 극동지역 순회경기 중에도 어린 소녀들을 위한 재활센터를 방문했다. 다섯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거나 매춘에 내몰려 착취당하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며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는 고아들의 가슴아픈 현실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어린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약속에 ‘예스’라고 호응하며 동참하자는 뜻의 ‘Say Yes for Children’ 영상메시지를 만드는데 참가한 것도 그런 경험 때문이다. 그는 쓰나미가 할퀴고 간 서남아시아 각국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자고 호소하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구호기금을 모으는데도 큰 몫을 했다.

눈부신 명성과 인기를 어린이들의 미래를 여는데 기꺼이 선용하는 수퍼스타 15명이 ‘33번째 팀’을 이뤄 전세계 축구팬들과 만나는 2006년 월드컵. 이번에는 한국 축구팬들도 경기의 승패뿐 아니라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뭔가 해보자는 선수들의 따뜻한 메시지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Say Yes for Children’이라고 적힌 티셔츠 차림의 어린이들이 선수들과 손잡고 경기장에 나섰지만 그 특별한 의미를 이해한 한국 축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던 듯하다. 4강 진출의 흥분과 열기에 들떠 그런 메시지에 눈길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 어린이와 평화를 위한 축제로

유니세프팀의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드와이트 요크 선수는 “어린이가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종과 문화와 신분의 벽을 허무는데는 축구가 최고”라고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축구공으로 세계정상에 우뚝 섬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된 그가 2006년 월드컵 게임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축구팬들에게 전할까.

어린이들에게 환한 웃음과 미래를 선사하자는 월드컵 스타들의 호소가 ‘대~한민국’의 뜨거운 함성과 붉은 물결 속에 맥없이 묻혀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평화와 건강과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인류애를 일깨울 수 있다면 월드컵은 더욱 값진 지구촌 축제가 될 것이다.

‘어린이와 평화를 위해 다함께!’

김경희 유니세프 세계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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