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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7> 30분 낮잠, 기억력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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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17> 30분 낮잠, 기억력이 좋아져요

입력
2006.05.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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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저명한 정신분석학자는 점심식사를 한 후 자신의 카우치에서 30분의 낮잠을 자는 것을 철칙으로 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분은 성격이 꽤 괴팍했기에 제자들은 이것도 그의 기이한 습관 중 하나려니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선배는 과거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그 고장의 자랑거리였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한 이 수험생은 자신의 비결이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피곤하면 낮잠을 취하는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이 선배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의 수면 시간이 4시간으로 바뀌어 있을 뿐 아니라 낮잠 이야기는 쏙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명 ‘4당5락’이 미덕이던 시대에는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좋지 않게 여겨지긴 했습니다. 하물며 낮잠을 즐긴다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강의실에서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나, 점심시간이 지나고 엎드려 있는 직장인들은 야단을 맞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춘곤증의 계절이 절정에 달하면서 “낮잠은 자는 것이 좋은가요, 안자는 것이 좋은가요?”하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낮잠은 유익하다’는 쪽입니다.

지금은 전기로 밤을 밝혀 대낮으로 만드는 일이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본래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수면 습관입니다.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생체 시계도 해가 지면 수면 모드로 변하고, 해가 뜨는 시간에는 각성 모드로 바뀌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림없이 ‘꿀맛과 같은 낮잠’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지중해 연안의 라틴 문화권에서는 시에스타(Siesta)라고 해서 아예 온 국민이 낮잠을 자는 풍습도 있습니다. 많은 사회인들이 낮잠을 통해서 재충전을 한다는 생활 습관을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동물과 달리 사람은 밤에만 한번 잔다는 것은 아마도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잠이라는 것이 하루 동안의 쌓인 피로를 씻어주고 재충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습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죠.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통해서 기억의 강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밤에 충분히 자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이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낮잠의 경우는 어떨까요. 최근의 연구들은 낮잠이 기억력이나 판단력과 같은 인지적 수행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해내고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일정한 작업을 수행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능률이 떨어지는데, 낮잠을 자는 경우 이러한 수행능력이 다시 회복된다는 것과 같은 실험들입니다.

단, 낮잠을 자는 시간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결과입니다. 한 시간 이상의 낮잠을 자는 경우 다시 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밤에 일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밤의 놀이 문화도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밤잠이 부족하죠. 낮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결과들이 낮잠에 대해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자연스러운 필요성에 의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한 저명한 학술지에서는 낮잠의 중요성을 다루면서 “낮잠의 유행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유행은 유행이겠죠. 또 균형도 필요하겠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낮잠을 강요한다거나 낮잠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낮잠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있어서 은밀한 재충전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정도라고 할까요.

병적인 낮잠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밤새 컴퓨터를 하거나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어 습관적으로 낮잠을 자게 되거나 낮밤이 아예 바뀌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겠죠. 이런 경우는 낮잠을 권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불면증을 치료하여 밤에 숙면을 취하고 낮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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