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팝 시장이 죽었다지만 이들에게만은 예외다. 2005년 국내 팝 앨범 판매순위 1위, 라디오 방송회수 차트 1위, 컬러링, 벨소리,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 디지털 다운로드 순위 1위…. 온ㆍ오프라인의 각종 1위를 석권하며 국내 팝계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스위트박스(Sweetbox)에게 팝 시장의 불황은 남의 얘기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Life is Cool’ ‘Don’t Push Me’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낸 스위트박스는 독일 출신 프로듀서 지오(Geo)와 미국 보컬리스트 제이드 빌라론(Jaed Vaillalon)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 최근 6집 앨범 ‘Addicted’를 발표하고 인기몰이에 나선 스위트박스는 새 앨범 홍보차 19일 방한한다. 스위트박스의 제이드와 지난 5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앨범은 전 앨범 ‘After The Lights’와 달리 댄스 느낌이 더 강하고, 수록곡들이 전반적으로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내는 ‘fun album’이라는 점이 특징이에요. 하지만 이전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샘플링을 통해 친숙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곡을 만들어 낸 점은 변함이 없어요.”
스위트박스가 광범위한 젊은 세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는 유명 클래식곡의 샘플링을 통한 익숙한 멜로디에 있다.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선율은 스위트박스만의 매력이지만 100%의 완전한 창작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소지도 없지 않다.
“분명히 샘플링임을 밝히고 진행하는 한 표절과는 아주 다른 창작의 또 다른 한 형태가 될 수 있어요. 물론 샘플링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앨범 전체의 창작성이 줄어들고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를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스위트박스의 곡들만 봐도 어려운 클래식곡의 모티브를 샘플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전혀 다른 두 장르를 녹여 내지 않나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채용한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와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샘플링한 ‘Trying To Be Me’, 파헬벨의 ‘캐논’을 인용한 스매시 히트곡 ‘Life Is Cool’ 등에 이어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한 클래식곡들이 샘플링에 사용됐다. “평소에 지오와 제가 즐겨듣는 클래식곡들을 샘플링에 사용하는데, 이번 새 앨범의 첫 싱글 ‘Addicted’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테마로 썼죠. 강렬한 느낌의 업템포 댄스곡인데 오프닝 부분에 쓰여 아주 강한 느낌을 주는 곡으로 완성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Here Comes The Sun’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Prelude No.1’을 사용했죠.”
팝 시장이 거의 사멸한 한국에서 스위트박스만이 독야청청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제이드는 “홍보를 잘해서 그런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국 음반사 관계자들로부터 듣기로는 제 창법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해요. 고음의 창법이 가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팬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는 ‘스위트박스풍’을 벗어나 좀 더 록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
스위트박스를 떠난 제이드의 일상은 여느 스물다섯 아가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미국의 집과 독일을 오가며 생활해요. 특히 미국에 가면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쇼핑하고 수다를 떠는 등 보통 20대의 여자들처럼 시간을 보내죠. 독일에서는 남자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구요.” 그녀의 남자친구는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에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백보컬을 맡았던 독일 록밴드 Absolute의 토비(Toby).
9월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는 스위트박스는 지난해 연말 가졌던 두번째 한국공연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 팬들은 정말 멋져요. 너무나 역동적이고 쿨한 팬들이죠. 지난 연말 공연때 이번 앨범의 수록곡 몇 곡을 먼저 공개했었는데, 이번엔 공연의 좀 더 많은 부분을 새 앨범의 수록곡으로 채우려고 해요. 그 때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기다려주세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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