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지 모르지만 자원탐사를 하는 지질학자, 화공학자 혹은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너무도 잘 알려진 후버트 정점(Hubbert Peak)이란 것이 있다. 1956년 미국의 지질물리학자인 킹 후버트는 간단한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 미국의 원유 생산이 1970년대초에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 세계 원유 생산 정점, 고유가 지속
그 후 1995년 그의 제자로 프린스턴대 교수인 케네스 드피에스는 세계 원유 생산이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최고조에 달한다고 후버트 모델을 통해 예측했다. 이 예측이 맞다면 2005년초 이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 고유가 추세는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향후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분쟁과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2005년 2월 교토의정서 발효로 미국 EU 일본 등은 2008년 이후부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총 5.2%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ㆍ재생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2013년부터 교토협약 준수 압력을 받는 우리 정부도 이미 1987년에 대체에너지법을 제정하였고, 2004년을 신ㆍ재생에너지 원년으로 선포해 현재 약 2.2%인 신ㆍ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11년까지 약 5%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작년보다 26% 증가한 4,095억원의 예산을 11개 신ㆍ재생에너지 분야(태양광, 태양열, 풍력, 연료전지, 수소, 바이오, 폐기물, 석탄가스화/액화, 지열, 소수력, 해양)의 기술 개발과 보급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ㆍ재생에너지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경제성, 내구성이 낮아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제도적으로 천명되어야만 그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업자원부가 가장 많은 예산(2006년 394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수소ㆍ연료전지 분야를 보더라도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전제되어야 기업들이 연구소ㆍ대학과 협력해 연료전지 조기 상용화 및 수소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5년을 ‘수소경제 준비를 위한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원하기 위해 ‘수소경제 마스터 플랜’을 완성, 올해부터 연료전지 자동차 및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 정부의 일관된 정책의지 요구돼
화석연료시대를 마감하고 신ㆍ재생에너지시대 특히 수소경제시대로 이행하는 것은 에너지 체계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다. 한 기업이나 정부가 단기간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ㆍ재생에너지원을 근간으로 수소경제를 이끌어갈 산ㆍ학ㆍ연은 신에너지 기술 개발이 제2의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정부는 산ㆍ학ㆍ연이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신ㆍ재생에너지의 연구와 개발, 보급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의지를 천명하고 채택된 정책은 확실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수소ㆍ연료전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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