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배우 김금지(64)씨의 이번 5월은 또 다른 기대로 벅차다. 같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조성덕(36)씨와 함께 갖는 무대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이미 ‘선셋 대로’와 ‘노부인의 방문’에서 함께 출연하는 등 같은 무대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다르죠.” 이번에는 극중에서도 모자 역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극단 김금지가 준비 중인 체호프의 ‘갈매기’(25~28일 아룽구지소극장)에서 김씨는 명배우 아르카지나 역으로, 아들 조씨는 아르카지나의 아들 트레블례프 역으로 각각 출연한다.
극은 모성애를 갈구하는 아들과 그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주조를 이룬다. 무대와 현실이 일치한다. 1994년 이 연극을 인상깊게 관람한 조씨가 트레블례프 역에 눈독을 들인 뒤, 그 바람이 실현된 것.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연기에 자연스레 젖어든 아들의 제의였다.
2001년 자신의 극단을 만들어 후진 배우ㆍ연출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온 김씨에게 아들의 요구는 내심 반가웠다. 국립극장 연기 연수생 1기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따라지의 향연’ 등에서 무게있는 연기를 펼쳐온 김씨가 연기자의 대모라면, 극단 한양페퍼토리에서의 배우 활동과 대학 출강 등으로 연기술을 전해주고 있는 아들은 당당한 직계인 셈이다.
극작가ㆍ연출가인 오태석씨와의 인연도 한몫하는 무대다. 김씨는 1982년 오씨의 1인극 ‘어미’의 초연 배우로 나와 한국 여인의 한을 승화시킨 이래, 이번에는 오씨의 극장에서 아들과 연기 경연을 벌이게 된다. 이 연극에는 또 중견배우 남명렬씨가 바람둥이 소설가 트리고린 역으로 나와, 밀도를 더해줄 전망이다.
김씨는 올 여름에 극단 자유 창단 40주년 기념작 ‘따라지의 향연’에 출연한 뒤, 연말께 자기 극단의 이름으로 ‘페드라’를 공연할 예정이다. 그는 남편인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의 근황에 대해서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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