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단위조합장만 내리 8선(選)을 달성하고 정대근(62) 농협중앙회장은 단위조합장 출신으론 처음으로 중앙회 수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공고를 졸업한 뒤 지역 유지들의 권유로 31세 나이(1975년)에 일약 삼랑진 조합장을 맡아 98년까지 무려 여덟 번이나 연임했으며, 99년엔 중도하차한 전임 원철희 회장의 뒤를 이어 중앙회장에서 당선됐다. 이어 2000년엔 농협-축협-인삼협이 합쳐친 통합농협의 초대회장으로 뽑혔고, 2004년 선거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농협중앙회를 8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이 같은 이력이 말해주듯 정 회장은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에, 대외적 정치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농협중앙회장직이 비상근으로 바뀌고 사업부문별로 별도 대표이사가 이끄는 체제가 된 만큼 과거에 비해 권한과 정치색은 많이 희석됐지만, 5만2,000명의 인력과 288조원의 자산을 가진 거대조직의 수장인 만큼 대내외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측은 정 회장의 비리혐의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농협 관계자는 “양재동 사옥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한 것으로 현대차에게 헐값으로 넘긴 것이 아니라 6차례나 유찰이 거듭되면서 낙찰가격이 자동적으로 낮아졌던 것”이라며 “정 회장이 저가매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대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협은 정 회장의 체포로 LG카드인수와 신용(금융)-경제부문 분리 등 굵직한 당면 현안들이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명간 추진계획이 확정될 신용-경제 분리와 관련, 정 회장은 그 동안 “대안 없는 분리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정 회장의 부재는 이 문제에 대한 농협의 대응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또 ‘토종자본론’을 앞세워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판단됐던 LG카드 인수전 역시 ‘전투력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일상업무는 각 대표이사에 의해 운영되겠지만 정 회장이 주도해야 할 중대 의사결정 사안들이 워낙 많아 경영공백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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