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주권자인 영어학원 강사 노모(39)씨는 3월 중순 캐나다의 한 인터넷 의약품 사이트에 접속, 감기약과 건강식품을 주문했다. 이 약들은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시판되지 않는 품목이다.
국제우편을 통해 5월초까지 3차례에 걸쳐 54병(1병에 50정)이 도착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반입된 이 약들은 건강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였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염산에페드린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노씨는 경기 안산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유리병과 호스 등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이 성분을 추출, 순도 95%의 히로뽕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노씨가 제조한 히로뽕은 19.8g(시가 1,200만원 상당). 66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붙잡힌 노씨와 최모(33ㆍ전직 영어강사)씨 등은 새로운 제조 방법을 활용했다. 기존 제조법이 기간이 오래 걸리고 악취와 소음이 심한 반면, 노씨 일당은 가정집에서 간단한 공정을 거쳐 불과 3~4시간 만에 속성으로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 완제품을 만들어냈다.
노씨 등은 모두 2∼3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동포로 마약투약 혐의로 복역한 뒤 추방당해 한국에서 생활해 왔다. 이들은 수형생활 도중 제조기술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 이 같은 신종 제조법이 널리 퍼진 이후 6년 만에 히로뽕 제조공장 적발 건수가 무려 5배나 증가했다”며 “기술전수가 용이한 신종수법이 국내에 전파된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마약 생산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10일 노씨와 최씨를 히로뽕 제조ㆍ투약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44.영어강사 소개업)씨 등 2명을 히로뽕 투약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1명을 쫓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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