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기우(열린우리당) 의원은 국립암센터법을 고쳐 암전문대학원을 설립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암 연구 및 치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암전문대학원 신설을 제안한 것이지만 진척이 없다.
대학 및 대학원 신설인가권을 쥐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협의 없이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학원 과정인 광주과학기술원도 의원입법으로 4년제 학부 과정을 만들 계획이지만 벽에 부딪혔다. 2004년 11월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을 상임위에 올렸으나 부결됐다.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다른 정부 부처 및 기관의 대학(대학원) 설립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내년부터 국립대 신설 및 개편 시스템이 현실에 맞게 확 바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0일 ‘국가(공적재원)에 의한 대학설립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최근 열린 국가인적자원개발회의 안건으로도 상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분야 핵심 인력 양성을 위해 다른 부처도 대학을 설립해 운영할 필요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안의 핵심은 교육부 이외의 부처나 기관이 지금처럼 개별 법률을 만들지 않고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시킨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현행 고등교육법을 고쳐 교육부총리가 국립 학교 설립 및 운영 권한을 대통령령에 의해 관계 중앙행정기관 장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설립= 교육부 독점’을 깨 다른 부처가 여건과 실정에 맞게 대학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과학기술과 문화 등 특정 분야 인력 양성 등을 위해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및 대학원 설립과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전문대학원 설립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과정 개설(문화관광부), 한국농업전문학교의 한국농업대 변경(농림부) 등 진도가 나가지 않던 사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특히 이 같은 ‘특성화 국립대(대학원)’가 속속 들어설 경우 입시 체제에도 일부 변화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주 성신여대 총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 간판보다는 적성에 따라 전문분야에 진학할 수 있는 문호가 확대됐고, 정부에서도 각 분야의 부족한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을 보유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무분별한 대학 설립을 막기 위해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 부처 고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15명 내외로 구성된 ‘대학설립심의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5월 현재 교육부 외의 부처가 개별 법률 제ㆍ개정을 통해 설립한 대학 및 대학원은 경찰대(경찰청) 한국과학기술원(과학기술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과기부) 등 14곳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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