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의 원조(元祖)'로 불리는 부동산업계의 거물급 인사가 거액의 탈세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차동언)는 9일 국내 최대 기획부동산 업체인 삼흥그룹 회장 김현재(47)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김대중 정부 및 현 정부 실세들과 깊은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횡령액 중 상당 부분이 정관계에 정치자금이나 로비 목적으로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확대되면 정치권 등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5개의 기획부동산 계열사를 운영하며 2001년 1월 중순부터 2003년까지 245억여원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고, 계열사의 매출액 329억원을 누락시켜 88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전북 무주, 경기 용인 등의 개발가능성이 희박한 토지를 헐값에 사들여 개발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 평균 5,6배 높은 가격에 되파는 수법으로 210여명에게서 212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빼돌린 245억원 중 양도성예금증서(CD) 구입비 30억원 등 총 60여억원이 돈세탁이 된 정황을 잡고 사용처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돈이 정관계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흥그룹은 부동산 관련 계열사들을 통해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 각지의 땅을 기획부동산 영업방식으로 매매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90년대 후반 호남의 한 일간지를 인수하고, 전 의원 K씨, H씨, 참여정부 실세 의원 A씨 등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들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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