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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체류 탈북자들 생활 "먹고 사는 문제에 허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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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체류 탈북자들 생활 "먹고 사는 문제에 허덕"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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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북자 서재석씨의 정치적 망명 성공에 이어 또 다른 탈북자 6명의 난민지위 취득을 계기로 미국 내 탈북자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탈북자는 어린이를 포함해, LA(30여명) 뉴욕 워싱턴 시애틀 등 총80~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탈북 후 한국에 정착했던 사람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이유에 대해 이들 대부분은 “탈북자에 대한 한국 내 차별과 정부 감시가 싫어서”라고 주장한다. 물론 “보다 나은 생활과 미래를 위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초기 미국생활은 물론 가시밭길이다.

여성들은 주방 또는 웨이트리스 일을 많이 한다. 남성들은 전기공, 건설노동자, 택시기사(무면허), 식당 종업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활전선에 나서고 있다. 이직률도 높아 미국생활 초기에는 3~4곳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 만큼 서로 자주 모일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분 노출을 극도로 경계한다.

LA지역 탈북자 정착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인교회 전도사 김모씨는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라면서 “이들이 넘어야 할 관문이 첩첩산중이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미국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탈북자는 “한국보다 일당도 많고 눈치 볼 일도 적어 좋은 점도 많지만, 문화장벽에 언어장벽까지 더해져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든다”면서도 “그래도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중 일부는 미국생활 정착에 실패해 한국으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생계 문제와 체류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항소를 포기하고 스스로 귀국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2004년 10월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한국에 일단 정착했던 탈북자에 대해서는 미국 망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미국 입국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캐나다 또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방문 또는 관광비자로 정식 입국한 뒤 다음 단계(망명신청)를 밟으려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브로커를 통해 밀입국할 경우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밀입국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성공해도 곧바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만 갖고 준비 없이 밀입국을 시도하는 탈북자들이 여전히 있지만, 근래 들어 그런 묻지마 식 미국행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탈북자지원단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내 탈북자들 간의 왕래와 정보교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에서의 어려운 생활 실상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며 “그래서 최근 서재석씨의 망명 성공에도 불구하고 미국행 탈북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보다는 여러모로 자유로운 미국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건 사실이어서 앞으로도 미국행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LA미주본사=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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