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한국의 환경운동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새만금사업 반대운동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전북도민들의 반대여론을 조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전북도청 게시판에 ‘우리도 한번 오염돼 봤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랐는데, 이건 정말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에 오염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 청계천도 끝까지 갔다가 복원됐고, 동강이나 우포늪도 마찬가지”라며 “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전북도민의 가난이나 소외,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부모의 한(恨) 때문에 나온 지지이지, 도청 홍보나 지역신문에 놀아나서 그러는 게 아니다”고 했다. 또 그는 새만금사업을 지지하는 전북도민들에 대해 “그들은 무지하지 않다”며 “우리가 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보다는 이기든 지든 한 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운동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 "우리도 한번 오염돼 봤으면 좋겠다"
정말 반가운 말씀이다. “왜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 전북에 산다고 몸보신하는 거냐?” 새만금사업에 대해 내내 침묵했던 나는 그런 힐난을 듣기도 했는데, 내 입장은 중립이었다. 새만금사업에 찬성할 수 없었지만, 전북도민의 새만금사업 지지를 ‘개발업자-공무원-언론’ 3자의 결탁과 탐욕에 휘둘린 것으로 보는 반대자들의 시각과 주장엔 찬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화까지 치밀었기 때문이다.
그간 나는 이 지면을 통해서도 지방을 옹호하는 강경한 목소리를 여러 번 내왔는데, 쓰고 나서 매번 후회하곤 했다. 사람들이 영 좋게 보질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 살다보니 한 맺힌 게 많다고 본다. 심지어 지방 사람들조차 그렇게 본다. “이젠 웬만하면 만족하고 사시지요.” 그런 고마운(?) 말씀까지 들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탄탄한’ 직장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지방은 천국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넓은 아파트 사서 살 수 있고, 공기 좋고, 교통지옥 없고, 음식 좋고, 가까운 주변에 놀러갈 곳이 숱하게 널려 있다.
그런데 왜 자꾸 지방을 비분강개 조로 옹호하는가? 또다시 전북 인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66년 252만명이던 인구가 2005년 178만명으로 줄었고, 지금도 매일 60명 꼴로 줄고 있다. 돈 벌어 떠나는 게 아니다. 대부분 먹고 살 길이 없어 전북을 떠나는 거다. 그들이 객지 나가 어떻게 사는지 조사된 바 없다. 제발 국가인권위원회라도 나서서 그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보면 좋겠다.
지방 건설업자들의 탐욕을 비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청계천 복원을 맡은 건설업자들은 ‘자선사업’을 했나? 왜 똑같이 돈 벌어도 지방의 건설업자만 욕을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객지 나가서 하는 것보다는 고향에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전북도민 오죽하면 그랬을까
전북 유권자의 10%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이다. 그래서 전북을 일컬어 ‘열린우리당의 성지(聖地)’라고 한다. 불쌍하다고 연민의 정을 가질망정 흉 보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그럴까? 그러나 대통령부터 표 계산에 바빠 호남에 신경 쓰더라도 전북에 와선 “전북 스스로 지역 혁신 역량을 키우라”고 말한 반면, 광주ㆍ전남에 가선 “직접 챙기겠다. 큰 판을 벌이겠다”고 했다. 인구가 적은 탓이다. 부지런히 애 낳아도 소용 없다. 먹고 살 길이 없어 타 지역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갈테니 말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나는 탄탄한 직장 가졌다고 모른 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반대자들이 전북도민들을 무지하거나 어리석게 보는 듯한 발언을 하면 혈압을 올리는 거다. 무지하거나 어리석은 건 오히려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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