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고유가 저환율 추세가 경제를 본격적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환율이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회복조짐을 보이던 소비마저 다시 위축되는 양상이 걱정스럽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전망 조사결과는 불안한 소비심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올 1월 104.5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온 소비자기대지수가 100.6까지 낮아졌다.
환율하락은 수출에는 독이 되지만 수입물가를 낮춰 내수에는 약이 되는 법이다. 정부가 환율하락(원화강세)의 부정적 측면만 보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데 소비심리가 이렇게 위축된다면 내수마저 동반 하락하는 신호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은 이미 고유가와 환율하락, 금리인상의 삼중고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법인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기업이 30.8%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35.6% 이후 가장 높았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이를 입증한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이익과 이자수익의 합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수입으로 이자조차 못 낸다는 뜻이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고유가, 저환율 구조가 당분간 깨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미국 달러 약세 추세가 계속되고, 석유도 남미 국가들의 국유화 조치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경제정책운용 방향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봄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가온 여름 날씨처럼 경기회복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현상마저 우려된다.
경제정책 기조를 재검토한다면 무엇보다 부동산대책의 완화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가운데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폭탄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는 고위 관료의 발언이 얼마나 무모한 경제행위였는지 반성해야 한다. 고유가, 저환율보다 무서운 것은 정부의 방심과 자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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