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작은애와 앙숙이다. “악마 같은 놈이 교회는 또 얼마나 열심히 나가나 몰라.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아. 참 아이러니야.” 엄마가 돼 갖고 이 정도 험구라니, 이젠 차라리 웃음이 나온다.
그 애는 중학교 2학년이다. 똑똑하고 유머러스하고 예민하고, 내가 보기엔 착하기도 하다. “걔 친구 엄마들은 다 걔한테 천사라 그래. 밖에 나가서는 잘하는 모양이지만 나한테는 얼마나 못되게 구는지 몰라. 학교 선생도 볼 때마다 칭찬하는데, 듣기도 싫어!”
언니는 안달복달하는 성격으로 사람을 좀 들볶는 편인데, 작은애가 호락호락 볶이지 않고 부딪치는 모양이다. 그 애도 제 엄마만큼이나 기가 세고 안달복달하는 성격이다. 거의 강박에 가까울 만큼 완벽주의자 소지가 다분한데, 재작년 서울에 다녀갈 때는 불과 보름 머물 거면서 커다란 배낭 가득 공부할 책을 넣어왔다. 누가 봤으면 유학 온 줄 알았을 것이다.
그 책 문제로도 제 엄마와 티격태격했다. 그 애도 지지 않고, 언니는 그런 작은 고집도 미운 반항으로 받아들여 펄펄 뛰고, 그러니 때로는 아이가 재미로 제 엄마 약을 올리고, 그런 식으로 모자간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 언니도 걱정이고 조카애도 걱정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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