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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현대車의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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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현대車의 위기를 기회로"

입력
2006.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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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의사결정자인 그룹 총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현대자동차가 환율과 도요타의 견제라는 직격탄을 맞고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과 비교할 때 더욱 급속히 하락하는 원ㆍ달러 환율 때문에, 미국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고육책을 동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9일 미국 시장에서 베르나(수출명 액센트)의 가격을 6월부터 300달러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들어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자, 3월부터 베르나를 590달러 인상한 가격에 판매했는데 ‘인하 압력’에 백기를 든 셈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올렸던 가격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현대차의 결정은 도요타의 가격 공세 때문이다. 도요타는 정몽구 회장 구속과 환율 하락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빠진 현대차를 저가공세로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도요타는 최근 소형차 야리스를 베르나보다 싼 1만3,130달러에 출시했다. 지난해 4월(원ㆍ달러 환율 1,204원)에는 베르나가 1만2094달러, 야리스는 1만2,325달러였다. 불과 1년전 231달러나 쌌던 베르나가 환율의 하락으로 715달러나 비싸진 것이다. 중형차인 쏘나타 가격도 3월 현대차가 600달러(3.2%)나 올리는 바람에 도요타 캠리(약 2만950달러)와의 가격 경쟁력이 1,900달러에서 1,600달러로 좁혀졌다.

현대ㆍ기아차의 올해 4월까지 미국 판매대수는 총 23만9,56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나기는 했으나, GM과 포드 등 미국 제조업체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4.3%에 머물고 있다.

도요타의 압박은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도요타는 현대차가 선점한 인도의 소형차 시장을 빼앗기 위해 대당 80만엔(700만원) 이하의 전략차종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현재 가장 싼 승용차로 ‘팟소’를 일본 국내에서 94만5,000엔에 판매하고 있는데,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이보다 10만엔 이상 싼 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도요타는 신형 소형차를 2010년께 시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날 “도요타는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차, 스즈키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구도를 반전시키기 위해 전략차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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