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톤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노 대통령이 던진 대북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언제 어디서 어떤 주제를 놓고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원칙 있는 양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셋째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측의 ‘불안’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의는 과거에도 수 차례 있었으나 이날 언급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 노 대통령은 과거에도 “언제 어디서든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을 밝혔으나 남북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때가 많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미정상회담 때도 “남북정상회담을 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면서도 “회담만을 위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어려움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해 대폭 양보를 거론한 것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본질적 정당성의 문제에 대해서 양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제도적, 물질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보론’의 파장을 우려한 듯 거듭 “원칙 있는 양보를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한이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좀더 과감하게 양보할 자세를 갖고 있으니까 북측도 그런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한미연합훈련 내용이 북한이 보기에 불안한가 보다”고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 등이 열릴 경우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의제에 포함시키겠다는 시사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양보론과 한미훈련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 대통령의 울란바토르 언급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남북 장관급회담과 장성급 회담 등에 이어 연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청와대측이 ‘평소 얘기’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이번 언급은 DJ 방북 이후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울란바토르=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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