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고 갱도 문이 열리자 브랜트 웹(37)과 토드 러셀(34)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하늘을 향해 힘껏 주먹을 뻗으며 근무 상황판으로 걸어갔다. 빨간색(근무 중) 딱지를 떼내 ‘이상 무’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뜨겁게 포옹했다.
마을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2차 대전 이후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교회 종이 울렸다. 14일 동안 지하 1,000m 좁은 공간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조된 두 사람은 “신이 우리를 여기 있게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25일 호주 타즈메니아주 비콘스필드 금광에서 동료 래리 나이트(44)와 함께 작업 중이던 두 사람 위로 돌덩이가 쏟아졌다. 리히터 규모 2.1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잠시 후 그들은 작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나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5일 동안 바위 틈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주머니에 있던 한 끼 분 비상식량을 나눠 먹으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다.
열 탐지기로 두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구조팀은 탈출용 갱도를 뚫으려 했지만 콘크리트보다 5배나 단단한 암반 때문에 포기했다. 대신 드릴, 전기 톱, 수동 착암기를 이용한 수작업으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사람에게는 지름 10㎝ 플라스틱 관으로 물, 음식, 옷가지 등을 전달했다. 가족들이 쓴 편지도 함께 전해줬다. 의사가 직접 파이프를 통해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몸 상태를 체크하고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알려줬다.
구조대는 무료함을 달래라고 디지털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아이 팟’까지 전달했다. 베브 언스트 박사는 “같은 음악만 듣는 게 지겨울 테니 아이팟을 돌려주면 새 음악을 입력해주겠다 했더니 두 사람이 거절했다”며 “갑자기 무너지면 돌려 받지 못할 까 걱정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구조대는 일주일 작업 끝에 9일 길이 16m, 지름 1m의 구멍을 뚫는데 성공했다. 구조대원들은 “둘은 나가면 야근비를 받아야 겠다며 우리를 웃길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고 전했다.
살아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는 둘의 얼굴 한 켠 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생사를 달리한 나이트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둘은 병원에 들른 후 곧바로 나이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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