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국민들과 전 대우그룹 임직원에게 죄송합니다."
40여조원의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의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우중(70)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굵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외환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부장 황현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김 씨는 흰색 환자복 차림에 팔에 링거 주사를 꽂은 채 나타났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심장병 등 지병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 씨는 재판부가 최후진술 기회를 주자 준비해온 메모지를 꺼내 5분여 동안 읽었다. 김 씨는 "대우로 인해 어려움과 피해를 입으신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이 때부터 울먹이기 시작했고 "열심히 일만하다 민형사상 책임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이으며 안경을 벗어 눈을 연신 훔쳤다.
김 씨는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과 미욱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말 열심히 일해 성공한 기업, 기업인으로 국민들과 국가경제에 희망과 긍지로 남겨지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변호인들은 "적정선을 유지하던 대우그룹의 부채는 예상치 못한 외환위기로 인해 급격히 늘어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라며 "정부의 외환관리 잘못으로 인해 야기된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기업인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는 김 씨에 대해 징역 15년에 추징금 23조358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씨는 차입경영과 외연확장을 위한 비윤리적 경영 등으로 대우 사태를 일으켰고 수습을 위해 3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도록 해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선고공판은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